작고 소중 그 자체
따지고 보면 첫 월급은 아니다.
2월 17일에 일을 시작 했고 25일이 월급날이라
일부 돈을 받긴 했었는데
온전히 한 달 치 월급은 아니라서
제대로 계산 하지 못했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이 맞는 건지
식대 포함인 건지, 보험은 얼마나 떼는 건지
세후 금액의 정확한 정보를 모른 채
어제 3월 25일 정식적으로 첫 월급을 탔다.
선생님들이나 팀장님께 밥도 많이 얻어먹고
커피도 많이 얻어먹었기 때문에
뭐라도 사드리고 싶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국민은행 어플을 켜서
급여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역시나 적구나(?)..
전 회사에서는 인센티브제 회사였고
일한 만큼 벌어가는 구조라
뼈를 갈아 넣어 일을 하면
약 2배 정도 적은 돈이었다.
잠시 실망을 했지만, 마음을 추슬렀다.
난 그 곳에서 공황이 재발했고
매일 광고주와의 씨름, 시스템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압박감 때문에 많이 힘이 들었다.
사람들은 좋았지만 발전이 없는 느낌이었고
내가 맡은 업체가 잘 되더라도 보람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때부터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알았지만 단지 돈 때문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 같다.
버티고 버티다가 몸이 다 닳았을 때
깨달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구나..
나 지금 굉장히 아프고 힘들구나.
나에게 있어서 돈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내가 뿌듯함을 느끼고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디 가서 직업을 이야기할 때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 싶었다.
무시당하는 게 죽어도 싫었기 때문에
나름 인정받으며 일을 해왔지만
지금 나에게 남은 건 공황장애 밖에 없다.
어차피 똑같은 마케팅 분야로 가지 않는 이상
물경력이고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현재 상황에 가슴을 쓰려 내렸다.
적당한 때 관두는 것.
내 용기가 부족해서 버티고 버텼던
2년이 아픔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쌓아온 좋은 사람들과
또 사회생활과 일적인 부분들에서도
분명한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머무는 기간 동안 늘 고민하던 숙제였다.
마음을 먹고 그만둔 것은 아니었던 터라
이제 뭘 해 먹고사나, 이직은 어디로 하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출판 업계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무경력인 나를 누가 써줄까.
그리고 벌던 돈에 절반을 벌텐데 그것 또한 괜찮을까 등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으로 버텼다.
회사에서 일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복장이 자율이었기 때문에
러닝 복장으로 출근해서
퇴근런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곤 했지만
집에 와서는 녹초가 되어 잠이 드는 순간에도
내일 할 일을 걱정하느라 편히 잠든 적이 없다.
나는 비록 여기서 월급은 훨씬 적게 받지만
내가 일한 한 달 동안에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이제껏 해본 일 중에서
가장 보람차고 뿌듯하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1년 뒤에 계약이 끝나면 똑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나는 한층 더 성장하리라.
여기서 일하면서 시간적 여유, 마음적 여유가 생기며
공황증상도 많이 줄었고
엄마아빠도 내가 전에 비해 많이 밝아졌다고 말한다.
일이라는 것은 늘 하기 싫지만
하고 싶은 일을, 작게나마 보람찬 일을
하는 게 나라는 사람에게는 중요하다는 것을
35살에 여실히 깨달은 것이다.
나는 더 나아가야 한다.
어차피 이곳에서 날 책임져주지 않는다.
만약에 계약연장이 되더라도
직장이라는 곳은 직장일 뿐
나의 인생에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3년 동안 꾸준히 한 것처럼
글도 꾸준히 쓰고
새롭게 시작한 유튜브도 꾸준히 해 보다 보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에 조금은 가까워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