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움 2탄

주말 포함 한 달이지만, 정작 일한 일수는 23일 차.

by 한은성

인수인계자가 없는 탓에

급하게 일을 배워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 지

23일 차가 되었다.


엊그제의 일인데 서러움이 폭발했다.

"아니 저번에 알려준 건데? 기억 안 나요?"

알려준 적이 없는 것 같은 나로서는 억울 그 자체..

할 말 다 하는 성격인데도 몇 번이고 참았다.

근데 터진 이유는

우리는 교학팀이라 민원 전화도 많이 오고

수업이나 여러 가지 관련해서

타 부서에서도 전화가 많이 온다.


팀에 부재가 있거나

못 받는 상황이 되면 돌려받기가 가능한데

내 딴에는 열심히 전화를 받았었다.

사실 받아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정작 너무나도 제한되어서

받기를 꺼려했지만

대학생 시절 했던 콜센터 알바를 떠올리며

열심히 받았었다. 나름.


근데 친해진 옆에 선생님이

내가 집중을 해서 다른 자리에 걸려온 전화를 못 받았다. 그럼 자기도 받을 수 있을 터인데

나한테

"선생님 전화 좀 받죠?"

이러는데 울컥.

나 나름대로 두려운 전화인데도

열심히 받았는데..

한번 그렇게 안 받았다고 말하는 게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학생 중에 결석에 관련된

민원전화가 와서 설명을 해줬더니,

며칠이 지나 팀장님께 전화가 와서

본인의 상황에 대해 따지며

어떤 선생님이 잘못상담해줬다고 한다.. 하

본인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놓고서는

말 바꾸기라니 진짜 억울 그 자체였다.

자기는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우기는(?)

내 입장에서는 그냥 잘못 이해한 꼴이 되어버린거다.

이렇듯 너무 억울하고 서러움이

밀려드는 상황들이 많다.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이런 대우(?)를 받아서 인지

자꾸만 울컥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회사 내에서는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아니야 괜찮아 그냥 하시는 말이야.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나왔다.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눈물이 난 건 아닐 것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인수인계 책을 몇 번씩이나 읽어도

실제로 해보지 못한 일이나

흘러가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해 주신 적이 없었다.)

인지하지 못한 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내 딴에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팀장님과 산책할 때

"인수인계자가 없는데 우리도 바쁘다 보니 제대로 못 알려줘서 미안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위로가 되었지만

일하는 순간에는 무엇인가 다가오는 여러 가지 불안과

압박감 때문에 실수도 여러 번 했었다.

단 한 번으로 어떻게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파악하고

잘 해낼 수 있는가.

그렇지만 내 자신의 대한 자존심이 상하고

얼른 잘 해내고 싶다는 조바심도 들었던 것 같다.


전에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습기간이 있었을 때

내가 경력자라는 이유로 일거리를 많이 줬었다.

서러운 마음에 실장님 앞에서 울었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힐 시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절제하기란

나에게 힘든 일이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오늘 힘차게 출근을 했다.


말 한마디 툭- 내뱉은 거라도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게 싫었지만

빨리 털어내자 라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서

집에 와서 바로 잤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무조건 잠을 많이 잔다.)


이 시기가 지나고서 일이 익숙해질 때면

곧 또 겨울이 찾아오려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어제 출근하는 길에

함박눈이 천천히 그리고, 예쁘게 내렸다.

꼭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

연신 동영상을 찍고 이번에 새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그래, 이렇게 모든 것을 빨리 털어내자.

서러운 순간이 있는 만큼 나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다가오는 목, 금요일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하며..

아 자 아 자 화 이 팅!


아! 그리고 얼마 전, 장기기증 신청을 했는데 신청등록 우편이 왔다.

내일은 학교에 가서 팩스로 바로 보내야지.

괜시리 마음이 좋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 사람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미리 미리 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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