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고양이를 위해 키우는 식물, 캣그라스

by 평일

#15. 고양이를 위해 키우는 식물, 캣그라스

널 위해서라면 열심히 키울 수 있어. 평생 풀 안 떨어지게 해줄께!

마르쉐에서 우연히 마주한 밀싹.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말만 듣고 샀는데...

그 날 이후 나는 밀싹 농부가 되었다.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는 밀싹, 사람도 고양이도 먹을 수 있다!

밀싹 잘 자라는.jpg

키우는 식물 중 가장 보람 있는 식물이 묻는다면, 밀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키워서 바로 먹기 편한 식물 역시 밀싹이라도 말하고 싶다.

벌레도 잘 안 생기고, 여름에는 4-5일, 봄 가을에는 7일 정도, 겨울에는 10일이면 다 자 자라고,

사람이 먹을 수도 있고 고양이도 좋아하니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물론 사람이 먹기에는 맛은 없다. 변비에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하지만, 그냥 먹기는 무리인 완전 풀맛이라서 사과나 바나나 아몬드브리즈 등과 같이 갈아서 먹어야 한다.

밀싹 쥬스.jpg

밀싹은 바로 수확해서 먹는 재미가 있다. 밀싹이 쑥쑥 자라는 봄에서 여름에는 밀싹을 잔뜩 심어두고, 아침에 잘라서 과일 두유 등과 함께 바로 갈아서 먹기도 했다. 밀싹쥬스는 다이어트용으로도 많이 쓰이기도 한다.

밀싹 혼자만은 절대로 못 먹을 맛이지만 이렇게 갈아 먹으면 제법 먹을 만 했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밀싹 쥬스2.jpg


하지만, 재료 준비하고 믹서기로 갈고 설거지 하기 귀찮아서 자주는 못해 먹었다.

사실 밀싹을 키우는 이유는 고양이 때문이다.


밀싹을 주면 고양이 풀뜯어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밀싹 2.jpg 스스로 키우고도 뿌듯했던 파워 밀싹 여름에는 이렇게 튼튼하게 잘 자란다.


아마도 3년 전 혜화에서 열린 마르쉐 구경하다가 플라스틱 컵에 담긴 밀싹을 한 포트씩 팔던 농부님을 만났다.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고양이가 좋아해요" 라는 말에 홀린 듯 처음 사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먹여봤는데 너무 잘 먹길래 마르쉐가 열릴 때 마다 가서 밀싹을 꼭 샀다. 직접 키울 생각은 못하다가,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밀싹을 키워보면 어떨까? 라는 마음에 처음에 밀싹 키우기 키트를 구입했고, 생각보다 잘 자라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그 이후에는 밀싹 씨앗만 다이소나 인터넷으로 사다가 남는 포트에 키워서 고양이들에게 바치기 시작했다.


밀싹 고영2.jpg 밀싹 먹는 고양이
밀싹 고영.jpg


아삭 아삭 아삭, 고양이가 풀 뜯어 먹는 소리도 너무 시원하고 감미롭다.

심지어 내가 키운 풀을 뜯어먹어주다니!!! 감격스럽기도 하고, 내가 식물 키운 것들 중에 가장 보람되기도 했다. 내가 키워서 내가 먹는 건 사실 만족도가 그렇게 높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씨부터 뿌려서 키운 이 풀을 고양이님이 먹어주고 있어!!! 라는 느낌은 매우 행복한 농부가 된 기분이었다.


밀싹 외에도 새싹 보리, 귀리 등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풀을 통틀어 캣그라스 라고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면, 한 번쯤 캣그라스를 심어서 키워서 선물 해보는 건 어떨까?

고양이마다 입맛이 달라서 엄청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고, 안 먹는 고양이도 있지만, 애정이 담긴 선물이 될 거 같다.



예고 #16) 다시 찾아온 겨울, 식집사가 겨울을 준비하는 자세

테라스에 식물들이 냉해를 입기 시작했다. 이젠 테라스에 놔둘 수 없어 집안으로 옮기니 방 안이 좁아졌다.

여름 가을에는 혼자 쑥쑥 잘 자라던 식물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 겨울 나는 무엇을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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