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사람도 겨울잠이 필요해
#.16 다시 찾아온 겨울, 식집사가 겨울을 준비하는 자세
테라스에 식물들이 냉해를 입기 시작했다. 이젠 테라스에 놔둘 수 없어 집안으로 옮기니 방 안이 좁아졌다.
여름 가을에는 혼자 쑥쑥 잘 자라던 식물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 겨울 나는 무엇을 키울 것인가?
겨울은 갑자기 찾아왔다. 따뜻하고 여유로운 가을을 다 즐기기도 전에, 추위와 함께 겨울이 들이닥쳤다.
나는 보일러를 틀고 패딩을 입는다 해도, 테라스 밖에 식물들을 그 바람을 그 추위를 그저 맞는 수 밖에 없다.
냉해로 바질이 다 죽고, 파도 시들하고, (방울토마토)였던 모종도 끝이 난 것 같다.
겨울은 식집사가 우울해지는 계절이다.
베란다나 테라스에서 키우던 식물은 거의 다 죽기 마련이고, 안에서 어떤 식물을 키워야할지 고민도 해야 한다. 한정된 공간에 어떤 식물을 들여놓지? 고민도 해야 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봄 여름 가을에 비해 현상유지만 하는 식물을 보는 일도 사실 좀 지치기도 한다.
열심히 키우던 바질도 죽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한 샐러리는 계속 잘 자라고 있었다.
겨울에 키울 수 있는 식물도 검색해봤다. 무, 시금치 등이 나왔다.
그런데 테라스 화분을 갈아 엎고 다시 씨 뿌리기도 귀찮아서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 겨울 구입했던 동백나무는 잘 버텨주고 있었다.
봄에 샀던 수국도 한 철 꽃이 핀 뒤 지고 잎파리는 아직 살아있다.
추운 계절을 버티는 것. 사람도 힘들지만 식물도 힘들겠지.
그래도 벌레 걱정은 없어서 다행이다. 작년 벌레 방지용으로 구입했던 목초액이 한겨울 추위를 못 견뎌 페트병이 터졌었다. 이 긴 겨울, 나는 무를 심을 것인가. 시금치를 심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보내고 있다.
겨울 동안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집은 좁아서 식물을 둘 공간이 많지 않다.
그래도 맨 위 선반을 비워 식물들을 진열해봤다.
좁은 집에는 너무 큰 게 아닐까 싶던 몬스테라도, 생일날 선물 받은 (원래는 네 줄기였으나) 한 줄기만 남은 스투키도 조심히 올려두었다.
이럴 때면 넓은 집에 간절히 살고 싶다. 식물도 마음대로 키우고, 몬스테라 대품, 야자도 대품으로 키울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나도 온실도 만들고, 식물등도 두고 싶은데..
식물을 키울수록 부지런해지지는 않으면서 욕심만 는다.
그래도 시작된 겨울, 식물들고 잘 지내봐야지.
귀찮은 몸을 일으켜 무도 한 번 키워봐야겠다.
어쩌면 나도 키운 무로 동치미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