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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18. 2023

알아보되, 가만히 있자

특히 물어보기 전엔 가만히 있기, 지적하고 싶을 땐 검색을 먼저 하자

   나 스스로는 이것저것 잡다한 상식을 알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은 한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참 아무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신나서 알려주려는 애늙은이였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냥 많이 아는 것보다는 그때 좋게 받아들여준 사람들의 자세가 더 유용하면서도 대단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렸을 때야 슬슬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퍼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으므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주로 종이로 된 책들에게서 왔었다. 지금은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정확한 키워드만 정한다면 바로바로 원하는 정보를 외우고 있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단은 나이가 들면서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대단하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되는 것과 더불어 궁금한 것들에 대해 바로바로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더라도 굳이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잡상식이 많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고쳐주려는 경향이 아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것을 누가 고마워할 것이라고 굳이 다 지적을 했다. 역시 반감을 살 일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검증하기도 지금처럼 간단하지가 않은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머릿속에 있는 적은 것으로 그래버렸던 것이다.


   자신이 그런 시기를 보내봤기 때문에, 조용히 있지만 그런 경향을 가진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보면 쓴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적절한 기회가 찾아온다면 조언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 그래도 오지랖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이야기한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


   잡담을 하더라도 만약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그때는 대답을 해줄 것이다. 굳이 광화문에 예술의 전당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 끊기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 있는 것은 세종문화회관이야 이 사람아~이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산통을 깰 필요도 없고, 속으로 비웃을 것도 없다. 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하다가 광화문에 있는 것이 예술의 전당인지, 세종문화회관인지 물어본다면 그때는 대답을 해주면 된다.


   가끔 TV를 보다 보면 우리말 퀴즈 방송을 어쩌다가 보면 너무 어려워서 놀랄 때가 많다. 그리고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퀴즈 대회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도 들 때가 있지만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거부감은 크지 않다.


   이러한 방송에서 내가 깨닫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잘못 쓰고 있는 것 같아 보였으나 사실 표준어라든지, 누구나 그렇게 쓰지만 사실 표준어가 아니라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에는 하도 문해력, 문해력 이야기가 많지만 국문학 석박사가 아닌 이상 수준 차이가 사실 얼마나 나겠는가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있어서 생소한 표현을 보면, 원래라면 무조건 반사적으로 그것이 아니라 이것이다! 하는 반발심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의 동행을 통해서 낯선 표현이나 문장 등을 접했을 때, 이제 나는 일단 검색을 한다. 그리고 새로운 표현은 익히고, 역시 내가 알던 대로 어떤 것의 잘못된 용례라면 되짚어보고 넘어간다.


   대화를 할 때도 그렇다. 물론 대화 중에 어학사전을 검색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시간이 났을 때 검색을 해보고 있다. 거기서 상대가 잘못 구사했더라도 굳이 연락해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아마 그런 행동을 하면, 괴짜 중의 괴짜가 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참으로 편리하고도 유용한 도구가 우리 바로 곁에 있으니, 잠깐의 시간을 들여서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현대인이라 할 것이다. 문해력 관련해서는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은데 아마 생소한 표현에 대해 검색을 한 후에도 문제시했어도(검색을 해봤다면 문제시할 수 없었겠지만)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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