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두목이 다루기에는 상당히 과한 능력을 가진, 말하자면 "과능력자"가 그의 수중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는 일을 잘하지만 괴팍했다. 사족이지만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사람은 두목의 나라 같은 곳에 올 일은 없다. 능력으로만 따지면 애초에 뽑기 힘든 사람이었다(회사의 레벨이 3이라면 그의 레벨은 10은 되는 느낌?).
그에게 두목이 회사 소개의 발표자료를 수정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원 발표자료가 그야말로 보노보노 PPT였기 때문에 그는 꽤 많은 변화를 주었다. 참고로 보노보노 PPT라 하는 것은 아래 이미지로 유명해서 인터넷에서 생명력을 얻어 계속 살아있는 것이다.
물론 보노보노 그림은 없긴 했지만, 저렇게 "발표 때 읊을 내용 = 화면에 나와있는 내용"이야말로 초심자의 실수이며 정말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다.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발표를 위해 PPT를 만들 때 누구나 해보는 시행착오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고집이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과능력자가 많은 글자를 덜어낸 것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목은 바로 마이크로에디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비싼 인건비를 쓰면서 자신이 적극 개입하는 것만큼 돈을 버리는 짓은 없다. 위에서 과능력자가 성격이 괴팍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다. 보노보노 PPT를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두목과 엄청나게 싸우며 보노보노 PPT를 무난한 PPT로 바꾸려고 했고 두목은 무난한 PPT를 다시 보노보노 PPT로 되돌리려고 했다.
결과는 물론 두목의 승리였다. 보노보노 PPT, 아무도 읽을 생각이 들지 않고(애초에 너무 깨알 같아서 잘 보이지도 않으므로, 그것을 읽지 않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귀에는 더더욱 들어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 시기가 이미 그가 잠시 있었던 시기의 매우 초반 시점이었는데, 그때 과능력자의 마음은 이미 떠버렸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거의 싸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고 적당히 보노보노 PPT와 같은 것들을 만들어주고 말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 뒤에 과능력자는 바로 이직했다.
저 사건 때 내가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다. 운 좋게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았더라도, 그 사람을 제대로 부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두목이 그에게 제대로 일을 맡겼다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보노보노 PPT가 존속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개선된 새 PPT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또한 서로 싸우느라 두 사람의 시간 낭비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뽑아놓고 일을 맡기지도 않고(또는 못하고) 자신이 개입해서 한다는 것은 뽑아 놓은 사람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는 측면에서 인건비와 능력의 완전한 낭비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돈은 돈대로 주고 시간도 2명 분의 시간을 썼으면서 결과물은 혼자 있을 때와 같다는 비극이 되었다.
두목의 오랜 불만은 모든 임직원 중에서 자기가 제일 뛰어나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과능력자는 몇몇 부분에서는 두목보다 훨씬 능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활약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PPT와 다른 일화에서는 아예 능력을 질시하는 면모까지 있었으니(이것은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이 금방 두목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두목은 임직원들이 아둔하다고 타박하면서도, 그 사실에 내심 안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무리 중에 가장 똑똑하다는 점이랑 그것이 이윤을 내게 해주는 점이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데 두목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어차피 자신이 부리는 사람이라면 자신보다 낫든 못하든 중요할 것은 없으며, 염려할 것은 적절한 업무 분장이 되어 있는가 아닌가 뿐이다.
용인술이 서투르니 마이크로에디팅을 하는 것이겠지만, 마이크로에디팅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 이외의 사람을 잘 다룰 수 없다"는 리더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마이크로에디팅을 하고 있는 면이 자신에게 있다면 많이 되돌아보고 변화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