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다. 먼 옛날에 맨 정신으로 하는 위내시경에 혹독하게 당한 뒤, 위내시경 자체와 의료적으로 거리를 두다가, 작년의 문진에서 "위내시경 이제는 하세요"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어서 수면 위내시경을 했다. 약효는 굉장했다. 눈을 떠보니 이미 검사가 끝나 있던 것이다.
검사 결과는 언제나처럼 약간 별로였다. 기억은 전혀 안 나지만 몸부림을 엄청나게 쳤는지 조직검사를 할 수 없었다는 소리를 듣고 납득이 별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랬구나~ 하고 넘어갔다. 보름 정도 뒤에 도착한 결과지에는 일단 "미란성 위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에 느낀 것인데, 이제는 술을 안 마시려고 한다고 말하면 다들 간에 문제가 있냐고 하는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결과지에 간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선천적인 것인지 대사증후군에 관련된 지표들은 20대 때나 지금이나 꾸준히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그렇다고 천장을 뚫은 것도 아니지만-그러면 아예 질환 모드인 것) 살을 빼고 식습관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일단 당장 위가 좋지 않으니 위에 좋지 않은 것들을 자제하고 겸사겸사 체중을 빼서 대사증후군 관련 요소를 개선한다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위에 자극이 된다는 요소를 신경 쓰다 보니 술과 커피를 다 멀리하고 있는 퓨어하고 심심한 삶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술자리에선 술뿐만이 아니라 맛있고 기름진 안주를 많이 먹으니 살이 찌는 것이니 술을 멀리하면 안주도 멀리하게 된다는 계산이었지만 마음 먹은대로 쉽지만은 않다.
위 사진은 갑자기 생긴 저녁 약속의 뭐 먹지 뭐 먹지 하다가 간 치킨집의 치킨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서 분명 치맥집의 치킨은 맥주 또는 소맥 또는 소주와의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맞춘 바늘과 실이요 빵과 버터일 것이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탄산음료를 "조금(음료를 사실 엄청나게 좋아하는 내 기준에서. 뚱캔 1개 다 마셨다)" 마셨다.
사실 주문할 때 주문이 밀려서 30분은 걸릴 것인데 괜찮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는 생맥을 치킨이 나오기도 전에 한 잔을 비웠다. 그리고 저 위의 사진은 아주 갓 튀긴 반반 치킨이었는데, 굉장한 유혹이 되었지만 뚱캔 하나와 물로 나는 해결했고 친구는 생맥 한잔을 더 마셨다. 저런 치킨이 나왔는데 생맥정도는 필요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생맥 2잔 정도 마실 상황을 그렇지 않도록 자제한 것은 그래도 잘한 일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약속이 생겨서 권장되지는 않는 메뉴인 "치킨"을 먹긴 했지만 "치맥"을 먹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뭐 햄버거도 햄버거만 먹으면 그 나름대로 괜찮지만 감자튀김과 탄산음료까지 먹으니 문제라는 식의 이야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 삼신기(버거+감자튀김+음료)에 대해 신앙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단품으로 종종 사 먹고 감자튀김이나 음료를 먹지 않아도 그런 것에 적응이 되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이다. 술과 안주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만만하지는 않은 길이긴 하고 나 자신도 술과 안주를 너무나 좋아하는 큰 약점이 있지만 절주의 기록을 이어가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