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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20. 2024

억지로 좋게 보일 필요도 없다

   사회 초년생으로 좌충우돌하던 시기의 일이다.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눈치 주는 사람들이 많았지 않나 싶다. 뭐 그런 눈칫밥을 먹을 정도로 나 또한 허둥지둥했던 기억은 난다. 자기변호를 하자면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처음 직면한다면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대다수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단은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대한 열심히 하고, 없는 인사성과 사교성도 짜내서 원만한 직장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던 기억이 난다. 학부 시절 정도까지만 해도 "대인 관계에서 적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행동의 대원칙이기도 했었다.


   기준이 없이 이럴 때는 이랬다가 저럴 때는 저랬다 하는 회사다 보니, 인사고과를 빙자한 상호 헐뜯기의 장이 공식적으로 개최된 적이 있었다. 거의 주관식으로 되어 있는 인기투표 같은 요소와 함께 평점을 매기는 객관적(?)인 요소도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아무래도 회사 내부에 노골적인 상호 불신과 큰 상처만을 남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자기 평가보다도 타인들의 평가가 박했다. 정확한 수치는 의미도 없지만 대략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를 어떤 평가에 주었다면 타인의 평가는 60점 정도로 되어 있고 주관적인 평가도 나쁜 것이었다.


   꽤나 허탈했던 듯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잡다한 일을 하는 신세였어도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해줬는데도 어떻게 보면 평가자들은 내 직접적인 관계자도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준으로 평가자가 폭도 넓게 선정되어 있어서 더 숫자가 많았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나는 꽤 큰 환멸감을 느꼈던 것 것 같다.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함께 하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낳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통계를 확인해 본 바는 아니지만 저런 상황인 사람들이 감히 대다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하고 싶을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요원한 일로 느껴질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냉소적인 시선에서, 직장 생활에서 다른 사람이 나(또는 우리)를 좋게 생각하지 않거나 뒤에서 욕하고 있다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드문 경우로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고 대부분은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나 업무상 접점이 있고 마찰과 갈등이 있다면 더욱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한 억지로 져주고 잘해 준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감사함을 느끼거나 표하는 타인은 더욱 적다. 그런 점에서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나는 꽤나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결정적인 계기는 그 엉망진창인 평가표에서 드러난 타인들의 생각이지 않았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적어도 그런 곳에서 빈말로라도 좋게 적혀 있었다면 인류애를 잃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익명을 보장한다고 주장되어 있었기에 대충 행간을 읽으면 특정할 수 있었기에 비밀 보장의 효과도 미미했던 것이다.


   억지로 좋게 보이고 좋게 생각되려고 해도 그것은 내 마음이 아니고 전적으로 타인의 것이니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또한 대부분 목구멍이 포도청으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상황에서 타인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좋게 말하는 일도 드문 것이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타인들은 좋게 생각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타인의 생각(단편적인 것, 부정적인 것들) 따위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미친 사람처럼 지내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규약과 예의 범위 내에서 행동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부수고 안하무인이 되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너무 아무래도 좋을 수 있는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대해 얽매일 이유는 없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보기에 이렇게 적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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