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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Kim Apr 18. 2024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구의 증명>을 읽고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을 완독 했다.

구와 담이 했던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먼저 죽은 연인을 먹는 것, 너는 나와 함께 해야만 해.

죽어서도 함께 해.


올바른 사랑인가?

이것 또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둘은 정말 둘도 없는 사이였다.

“우리는 사귄다는 단어를 채우고도 그 단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넘쳐흐르는 관계였다”


담에게 구는 어떤 존재였을까?

구에게 담은 어떤 존재였을까?


서로 없어서 못 사는 그런 존재?


●구


"... 그들과 한패인 놈들이 다시 돈을 받으러 올 것이었다. 그들과 나를 엮는 것은 문서나 약속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당위와 폭력과 협박이었다."


“이 병신아. 세상에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어디 있어. 우린 헤어져야 더 잘 살아.

이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꺼지라고 욕하며 쫓아내야 했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에 훨씬 가까웠을까.”


“도망가자.

담이 말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대답했다.

그만둬.

무슨 뜻이야?

씨발 나한테서 떨어지라고.

낮고 차가운 소리가 나를 뚫고 나왔다. 담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말을 흘리지도 않고, 슬프거나 괴로운 표정도 없이.”


구는 알고 있었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서로를 위해서 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니 사실, 서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담을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고통을 분담하기에는 내가 사랑하는 담이 나 때문에, 그러니까, 나 때문에,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를 위해서, 그의 행복을 위해서는 정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것.


○담


담은 달랐다. 사랑하기에 도와주고 싶었다. 결국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자고 한다. 그래,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 나아가는 것.


“헤어지고 너라도 제대로 살라고 구가 말했을 때, 나는 구 없이 보내야 했던 지난날을 생각했다. 어릴 때 아이 들과 싸우고 한동안 구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 노마가 죽은 뒤 구와 멀어졌던 시간들.”


"헤어진다면, 어쩌면 구의 말대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불행할 것이었다. 구를 잃고 얻은 삶이니까.


“멍청한 집착이라고 했다. 분명 더 큰 불행이 올 거라고 했다. 불행이 커지면 함께 있어도 외로울 것이고, 자기와 같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괴로울 것이고,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만약에 너 때문에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면 너는 술병을 치우는 대신 내 술잔에 술을 따라줘야 해. 우린 그렇게라도 같이 있어야 해."


이건 사랑이 아니야.
구가 말했다.


담이 했던 사랑은 사랑인가?

집착인가?

정말 상대방을 아끼기에 했던 것인가?

자신이 그 사람 없이는 불안할 것 같아서, 그래서 자신을 위해 했던 선택인가?

아니, 그 사람 없이는 불안하기만 한 나는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가?


누군가 없이는 못 버티겠다는 말은 과연 그 사람을 위한 말일까?

혼자인 것을 견뎌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있기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그것을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구는 죽었고 담은 구를 먹었다. 구가 담이 되었고 담이 구가 되었다.

이로서 이들은 행복한가? 아니 그전에, 행복이 사랑의 본질인가?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는가?


얼추 맞는 것 같긴 하나 사랑에는 행복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희생과 불안 등의 감정 또한 동반하며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공존한다.


그렇다면 구와 담은 서로의 감정에 충실했으니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담아, 너는 누구를 위해 그렇게까지 했니?

구를 먹은 지금 이제 너는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니?


구야, 천 년 후라도 담이 죽고 서로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는 구에게 무슨 말을 해줄 거니?


네가 살아야 나도 살아.
담아.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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