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잘 하는 사람이 다 수어통역사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자격의 유무와 수어 실력은 정의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자격증 취득 이후 통역사의 자기계발 노력은 별개로 한다고 해도 말이죠.
또한 수어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수화통역사 자격증의 개관과 취득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수화통역사 자격증은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가 발급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 수화통역사 시험]에 응시하여 1차 필기시험, 2차 실기시험, 3차 합격자 연수를 거치게 되면 발급됩니다.
시험 및 통역사 보수교육과 관련된 공식적 정보는 http://slitt.deafkorea.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등록 민간자격이었고, 2005년부터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전환되어 올해로 17회차를 맞았습니다.
합격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https://www.pqi.or.kr/inf/qul/infQulBasDetail.do?qulId=803)
필기/실기 합격률이 별도로 구별되어 있진 않습니다. 접수자/응시자수는 1차 필기시험 접수자 기준, 취득자수는 최종 합격자 기준인 듯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합격률이 낮은 편입니다.
필기 시험에 합격하면 당해년도, 그 다음 해, 다다음 해까지 3번의 실기 시험 응시가 가능합니다.
예년의 경우 필기시험은 7월, 실기시험은 9~10월, 합격자 연수는 12월에 이루어졌습니다.
작년은 코로나 때문에 실기시험이 시행되지 못했고, 올해 3월 13일에 시행되었으며
합격자 연수 또한 미뤄져 5월 28~29일에 시행됩니다.
2021년도 시험은 필기시험 7월 10일, 실기시험 10월 9일, 합격자 연수 12월 10일~11일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필기, 실기 시험 모두 서울에서 치러집니다.
1차 필기 시험은 전부 객관식으로 진행됩니다.
과목은 한국어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 장애인 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 총 4과목입니다.
과목당 4지선다 25문항 100점 만점입니다.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과락 기준선은 한국어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가 60점, 장애인 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가 40점입니다.
한국어의 이해는 9급 공무원 국어 시험과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고, 나머지 과목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가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험 주관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한 기출문제집은 없습니다.
응시자들이 기출문제를 복원한 문제집은 있으나 현재는 절판된 상태입니다. 도서관이나 중고장터 등을 활용하셔야 할 것입니다.
위 추천도서는 한국농아인협회의 공식 추천도서입니다.
추천도서의 범위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광역시도단위 농아인협회나 거점지역 농아인협회 지회, 수어교육원 등에서 필기시험 대비반을 운영하여 1과목당 2~4시간을 잡고 요약본으로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수업 정보는 필기시험 2~3달 전에 농아인협회 중앙회 홈페이지의 지역홍보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deafkorea.com/ver/_Area/list.html?tb=Area&code=Area
제가 시험볼 때는 기출문제집이 나오기 전이라 1과목당 4시간 정도의 오프라인 필기 대비반 수업을 듣고, 강사님들이 준비해주신 예상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었습니다.
필기 시험의 경우 개인별 체감 난이도의 편차가 큽니다.
쉽게 붙는 분들도 있고, 수어를 잘 하더라도 필기 시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몇 년째 고배를 마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어통역사 지망생들이 모여있는 카페나, 교재 등을 통해 기출문제를 꼭 풀어보면서 요약본만으로 대비가 가능할지, 좀 더 준비를 하고 가야 할지 개인적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실기 시험은 수어 영상을 보고 한국어로 번역문을 작성하는 필기통역, 수어 영상을 보고 한국어 음성으로 통역을 하는 음성통역, 녹음된 음성을 듣고 수어로 통역하는 수화통역의 세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필기통역의 경우에는 오전에 치러지고, 일반적인 시험처럼 각 고사장마다 여러 명의 수험생들이 함께 응시를 합니다.
이후 음성·수화통역의 경우는 영상촬영 및 녹음을 해야 하므로 한 고사장에 한 명의 수험생이 들어가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예전에는 제주-부산-전남-경남 등 응시생들의 거주지 거리 순으로 먼저 시험을 볼 수 있게 배려를 해 줬었습니다. 같은 지역 내에서는 가나다 순으로 응시했습니다. 저는 당시 서울에 살았고 ㅎ씨라서 거의 마지막에 시험을 보느라 늦은 오후에야 나올 수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접수 순으로 시험 순서를 정한다고 합니다.
필기, 음성, 수화통역 모두 단문, 장문의 조합으로 구성이 되니 둘 다 준비하셔야 합니다. 또한 음성통역 영상에는 위의 실기 추천도서에 나와 있는 수어 관용표현도 포함되니 확인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실기시험은 음성통역 과락기준 60점, 필기·수화통역 과락기준 40점으로 과목별 평균 60점 이상 취득하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실기 시험의 경우 수어 실력, 문장력과 더불어 당황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기억하기에는 실기 시험에서 제공되는 영상은 비수지기호의 표현이 약한 편이었습니다. 실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수어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여기에서 일단 당황을 합니다. 그리고 영상을 두 번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단어는 꼭 나오는데 거기에 발목잡히면 뒷 문제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르는 표현 때문에 문장 전체의 맥락을 잡을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문장은 넘기거나 보이는 단어만이라도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단문의 경우는 각 문장별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수화통역을 하면서도 당황하지 말아야 합니다. 본인이 틀린 표현을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정정을 하면 되고, 너무 많이 와버렸다면 과감히 그 문장은 버리는 셈 치고 다음 문장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강한 멘탈에 좋은 점수가 깃듭니다^^;
실기 시험에 합격하면 합격자 연수가 남습니다.
합격자 연수는 수련원에서 1박 2일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수어 이론, 수어와 통역에 관한 훈련, 직무 윤리 교육, 기수별 친목도모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과정으로 매년 연수의 내용이 바뀝니다.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자격 취득일로부터 5년 내에 50시간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자격 갱신을 할 수 있습니다. 그 후로는 매 5년마다 30시간(중앙회교육 15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을 수강해야 합니다.
보수교육은 주관처에 따라 중앙회 교육 / 광역 시도협회 및 수어학회 등 외부교육으로 나누어지며 50시간 중 30시간 이상은 중앙회 교육이어야 합니다. 교육정보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litt.deafkorea.com/sub5-1.html
보수교육 역시 주제별 심화 수어, 이론교육 등 매년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바뀝니다. 원칙적으로 대면 교육이고, 수련원 등을 대관하여 1박2일 혹은 당일 8시간 교육으로 이루어졌었으나 올해 보수교육은 코로나로 인해 줌을 통한 비대면 교육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보수교육은 매 회차수별로 인원이 정해져 있어 대학 수강신청에 버금갈 정도로 신청 경쟁이 치열한 편이니 기간이 넉넉하더라도 신청일 당일 아침 오픈시간에 맞춰 신청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올해부터는 1기~7기, 8기~15기로 나누어서 교육을 진행하니 수강신청 경쟁이 조금 덜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자격증 취득 이후 다양한 분야의 수어통역사로 일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