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내가 매일매일 쓰는 일기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이었다
이곳에 단 하나의 백자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나는 알았다
그것은 하얗고,
그것은 둥글다
빛나는 것처럼
아니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있었다
나는 단 하나의 질문을 쥐고
서 있었다
백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름이 지나갔는데
나는 그것들에 대고 백자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여전했다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에서 나는 단 하나의 여름을 발견한다
사라지면서
점층적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백자로 남아 있는 그
마음
여름이 지나가면서
나는 사라졌다
빛나는 것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나에게 이 시는 잊혀지지 않는 옛사랑에 대한 시로 읽힌다.
만성적인 쓸쓸함의 근원. 놓쳐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구심점. 은은하되 오랜 바람에도 사라지지 않는 잔향.
어떤 때에는 내 마음을 높은 곳까지 올려다 주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나에게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람.
더는 나와 너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를 바꾼 사람.
나의 첫,
수많은 첫,
이 되고 싶던 것들의 잘린 줄기 밑바닥.
이제는
숨이
턱
턱 하고 막히지 않지만 더 이상 내 관자놀이를 축으로 세상이 회전하지 않지만
절대 침묵하는 나의
단 하나의 여름
여름은 지나가고 다시 또 돌아오지만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