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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Jan 01. 2024

문장 수집: 김애란 단편 <풍경의 쓸모>

1. 반복되는 소재


- 암

- 아버지의 직업 (심판 / 폴트, 더블폴트 등의 용어)

- “정우야.” (149 150 180?)

- ‘프로’ (181에서 다시)

- 사진 (찍히는 것) : 소설의 극초반, 극후반 (가을 풍경 등산 가서 찍은 사진 “어쩐지 두 사람이,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들 같아서였다.)



2. 문장 수집


(1)

사진 찍을 때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무척 평범한 사람,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까 그런 순간과 만났을 땐 잘 알아보고, 한곳에 붙박아둬야 한다는 걸 알 정도로…… 나이든 사람 말이다. 실제로 우리 가족에게는 그럴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랬다. 그때마다 우리는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라는 노랫말마냥 정확하게 멈췄다. 과거가 될 만반의 자세, 만반의 준비를 하고. (149-150)


(2)

그리고 그렇게 사진 속에 붙박인 무지, 영원한 무지는 내 가슴 어디께를 찌르르 건드리고는 한다. 우리가 뭘 모른다 할 때 대체로 그건 뭘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뜻과 같으니까. 무언가 주자마자 앗아가는 건 사진이 늘 해온 일 중 하나이니까. 그러니 오래전, 어머니가 손에 묵직한 사진기를 든 채 나를 부른 소리, 삶에 대한 기대와 긍지를 담아 외친 “정우야”라는 말은, 그 이상하고 찌르르한 느낌, 언젠가 만나게 될, 당장은 뭐라 일러야 할지 모르는 상실의 이름을 미리 불러 세우는 소리였는지 몰랐다. (151쪽)


(*김애란 다른 작품 중 - “아직 덜 실패한 눈”이라는 표현. 나이가 더 어리거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대하며… 아마 <비행운>에 있었던 듯)


(3)

카페 천장 모서리에 달린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댄스가요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양동이에 소음을 담아 우리 머리 위에 쏟아붓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옆자리의 학생들이 몇십 분째 누군가를 맹렬히 헐뜯는지라 나는 그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걔가? 그 교수랑? 어머, 어떻게 그래? 타인이 아닌 자신의 도덕성에 상처 입은 얼굴로 놀란 듯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도 잘 아는 즐거움이었다. (153)


(4)

어머니는 사돈댁에 흉잡히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프로게이머, 프로골퍼 할 때 ‘프로’ 부모처럼 식이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154)


촌스럽지 않게… 문장 참 잘 쓰는 김애란.

<입동> 16-17쪽 : 아내는 자신이 직접 만든 나무 선반에 ‘LOVE’ ‘HAPPINESS’ 같은 영어 단어가 적힌,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는 파스텔톤 깡통을 올려놨다.

적확한 어휘와 표현으로 문장을 쓰다가도, 이런 식으로 예시를 들며 ‘무슨 느낌인지 다들 알지?’ 하는 듯한 설명도 참 적절하게 잘 한다.


이렇게 설명하는 내 문장 읽고 김애란론 검색해서 다운 받았다.


(5)

‘다른 집’ 사람이 된 뒤에도 ‘우리집’ 행사를 챙기는 건 아버지가 자주 해온 일 중 하나였다. 두 눈을 가린 사람이 손끝 감각에 의지해 사물의 이름을 알아맞히듯, 아버지는 ‘선물’의 형식을 빌려 인생의 중요한 마디마디를 더듬고 기념하려 애썼다. (155)


(6)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한겨울, 방 한쪽에 잘 개어놓은 이불 같은 사람. 반듯하고 무겁고 답답한 사람. (155)


: <모순> 이모부가 실패한 삶을 산 버전의 인물?


(7)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그러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물건들이었다. 모두가 하는 만년필, 모두가 주는 꽃다발, 그런. 그러니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안부가 뜸해졌다면 그건 아버지가 무심해진 탓이 아니라 당신 아들이 웬만한 사회적 의례를 다 마칠 만큼 나이든 까닭이었다. 당신 인생에도 내 삶에도 더이상 박수치며 축하할 일이 생기지 않는 까닭이었다. (155-156)


~ 첫 번째 발췌랑 연결되는 내용

~어림, 젊음의 특권

처음이라는 것

처음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굳이’라는 말을 쓸 필요 없이, 당연한 새로움과 낯섦을 만끽한다는 것

새 교과서를 받으면, 그 안의 내용은 재미없다는 걸 알더라도 설렜다.


(8)

그래도 참 남의 얘기 열심히 듣는 나이인 거 같아. (중략) 술자리서 교수들이 떠들 때 나는 느슨하게 들어요. 음, 저 말은 지루하군. 음, 저 얘기는 건질 만하네. 골라가며 듣는다고. 근데 애들은 안 그래. 똑같이 지루한 얘길 들어고 더 열심히 지겨워하고 더 열심히 저항한단 말이야. (161-162)


*가지런한 딴생각… 작년 8-9월경 쓴 일기 중

이번에 갔던 독서모임에서도. 회사에서도. 점점 흡수가 아닌 선별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9)

곽교수는 별로 놀라지 않는 투로 ‘그럼 그때 어떻게 살았느냐‘고 했다. 나는 ’그냥 어떻게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곽교수의 ’별로 놀라지 않는 투‘가 고맙다고 생각했다. 어느 화제든 상대의 진심도,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 태도가 담백하고 노련했다. (164)


진심도,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싶다.


(10)

승차감 좋은 차 안에서 새 가죽 냄새를 맡으며 재즈 연주를 듣고 있자니 어쩐지 창밖 지루한 풍경이 그럭저럭 견딜 만한 삶의 배경처럼 느껴졌다. 곽교수에게는 제법 익숙한 삶의 감각일까. (165)


작품의 제목과 관련한 힌트가 드러나는 부분.


(11)

풍경을 배경으로 가져본 적 없는 세대의 어색한 경직성이었다. (167)


(12)

패키지 구성 중 우리가 택한 건 ‘세 밤 자는 사박 오일’ 상품이었다. 정해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지정된 기구를 타고, 별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 사소한 불만과 피로가 쌓일 즈음 전통 마사지를 받고, 하루 한 끼 정도는 김치찌개나 삼겹살을 먹는, 판에 박힌 일정이었다. 일상 위에 가짜 크리스털처럼 박힌 비일상성과 만나 반갑게 손 흔든 뒤, 돈 쓰고 헤어지는.(169)


<희망의 이름-김애란론> 중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와 유머러스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그녀의 소설들“

“우리는 기억한다. 김애란 덕분에 평범하고 초라한 내 삶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던 지난 시간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며 삶을 이어가고, 방음조차 되지 않는 좁은 방에서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일상의 고단함을.”


(13)

가이드의 말과 주인공과 아내의 대화를 교차로 구성해서 얻는 효과는 정확히 무엇일까? (171)


(14)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어떤 사건 후 뭔가 간명하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불만족스럽게 요약하고 나면 특히 그랬다. ‘그 일’ 이후 나는 내 인상이 미묘하게 바뀐 걸 알았다. 그럴 땐 정말 내가 내 과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화는, 배치는 지금도 진행중이었다. (173)


_175

아버지는 전보다 더 늙어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눈에 비친 나도 그랬을 거다. 총기 흐려진 눈, 주관과 편견이 쌓인 입매, 경험에 의지하는 동시에 체험에 갇힌 인상을 보았을 거다.


_177

- 공장에서 달러도 받나요?

가이드가 기분좋게 답했다.

- 아이고, 그럼요. 북한 돈 빼고 다 받아요. 자, 이제 들어가 즐길 수 있으면 즐기고 훔칠 수 있으면 훔치세요.


유머 감각 진짜 미치겠다. ㅋㅋㅋ


_182

휴대전화 속 부고를 떠올리며 문득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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