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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Jan 04. 2024

나는 너를 사랑해 메롱

짧은 소설 20240104

My boyfriend is Canadian.

He loves his fart and pee.

He also likes to eat ‘Lucky Burger’ at McDonalds.

He lives in Incheon. He used to live in Seongsu, Seoul.

He enjoys scolding me whenever I write gramatically wrong sentences. (even now as well)

He sweats a lot even in the winter. Of course these days too.

He likes wearing hoodies and shirt together. Oh no…

but the most important thing is, he loves his girlfriend very much (this sentence is written by him sitting right next to me now)


And i love him too. Merong.




“메롱이 뭐야?”

사랑한다는 말에 감동받고 1초가 지나 M이 물었다. 나는 설명해주는 대신에 그가 하는 말을 받아 적고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말, 설명하다, 이해 등 그가 아는 단어의 원형을 중얼거리며 뜻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래도 이내 떠오르지 않자 방금 나온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는 한숨을 쉬었다. 휘유.

“번역해 봐도 돼? ‘설명하다’의 뜻이 뭔지 까먹었어.”

“무슨 번역기로? 구글? 아니면 파파고?”

“네가 설명해줬으면 하는데.”

나는 ‘설명하다’가 ‘explain’이라는 것만 알려주고 계속 썼다. M은 내가 좋아하는 웃음소리를 내더니, 나의 할 일을 자기가 방해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만 받아 적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잠시 쓰기를 멈췄다. 브라질산 원두를 브루잉해서 만든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야 할 타이밍이었다.

“내 커피랑 다른 원두야? 아니면 같은 거야?”

M의 질문에 나는 다르다고 답했다. 핫인지 아이스인지만 다르고 원두는 같은 게 아니라, 아예 완전히 다른 커피라고. 우리는 다른 원두를 골라 다른 온도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제 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제가 하는 말들이 하나하나 받아적히는 것에 적응을 하고 이내 조금은 신이 났는지, 이제는 아예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기까지 한다. 어설픈 한국어 문장까지 섞어 가면서.

“밖에 꽃이 여전히 피어 있을까? 겨울에 피는 꽃에는 뭐가 있지?”

내가 쓰느라 별 말을 하지 않자 이제는 손으로 내 허벅지를 툭 건드린다. 집 근처에서 편하게 만나기로 해서 통이 큰 검정색 코듀로이 재질의 츄리닝 바지를 입고 나왔다. 그리 도톰하지는 않지만 살에 닿는 감촉이 편안해서 종종 입는 바지이다.

M은 이제 턱을 괴고 아예 내가 무슨 문장을 쓰는지 뚫어져라 보고 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동안,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커피를 기다리면서 말했었는데. 사실 나도 My boyfriend is Canadian이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실시간 라이브 같은 - 적어놓고 보니 역전앞 같은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실시간 라이브라니 - 일기도 아닌 소설도 아닌 것을 적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 할말은 없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기록하고 있는 이 순간이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걸까.

오늘 M을 만나러 나오기 전에 잠깐 엄마랑 수다를 떨었는데, 아빠랑 처음 만났던 때가 어떤 장소에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게 어떻게 기억이 안 나? 서로 소꿉친구처럼 자아가 생길 무렵 정신을 차려보니 서로가 서로의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는 식의 만남도 아니고 무려 선이라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퍽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 거면서. 엄마는 “아빠도 백퍼 모를 것”임을 두 번이나 자부하며 너무 오래 돼서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어찌 이런 일이?

나는 예전에 만났던 구남친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잠시 떠올려 보았다. 어떻게 사귀게 된 건지 말고, 서로의 존재를 처음 인식한 순간을.

거짓말 아니고 한명 한명 다 기억났다.

나도 빨리 엄마처럼 잊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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