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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Jul 10. 2023

에니어그램 7번 유형

8번 날개를 가진 7번, 내면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찾아서


어제... 은수는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먼저 나온다고 속상해했잖아~ 조금 더 예민하고 남들보다 눈물이 많다고, 잘못된 건 아니야. -네이버웹툰 『드로잉 레시피』꼬모소이 작가님


어린 시절부터 눈물이 많고 예민한 아이였다. 툭하면 눈물이 났다. 뭔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나서 울었고 학교에서 주사라도 맞는 날에는 교실을 도망 다녔다. 밤에 잠도 못 이루고 걱정이 많은 아이.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으면 형형 색색 둥그런 원과 파랗고 빨간 불빛이 빛나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암흑 자체에 불안해서 자꾸 눈을 떴다. 불빛이 필요했다. 밝은 불빛이 조금만 있어도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일기를 쓸 수 있었다. 깜깜한 곳에 자다가 한 번씩 깨면 옆에서 자는 엄마나 언니 얼굴을 한 번씩 철썩 만졌다.(엄마랑 언니는 엄청 기겁했다, 옴마야!!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아니 중학교에 들어가서까지 엄마나 언니가 옆에 있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축축하고 말랑한  살결이 느껴지면 그제야 안 죽었구나, 아직 여기에 있구나 안심했다.



불안이 주된 정서인 기쁨이가 되고 싶은 아이.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받았다. 5년 전쯤에도 한 번 받았는데 기억이 가물, 그때도 아이랑 상담을 하며 받았는데 밀도 깊게 각 유형별로 짚어보진 못했다. 친정엄마와 나, 아이의 삼각 구도에 대해 중점으로 테스트를 했고 친정엄마는 코끼리(9번), 나는 원숭이(7번)가 나왔더랬다. 각각의 동물이 상징하는 특징도 찾아보고 재밌었다. 엄마를 이해하는 도움이 됐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났는데 당시에 선생님께서 혼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고양이(4번)가 나와야 하는데 왜 원숭이가 나올까?" 


몇 번 유형인지 숫자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고 각각이 연결되고 밀접한 연관성을 한눈에 그림으로 볼 때 편리했다. 유형별 숫자를 다시 도식화하면 유형별로 부딪히거나 공격형: 호비니언 그룹( 엄마와 내가 여기에 속한다.), 하모닉, 통합이나 비통합 방향을 알아보는데 이해하기 쉽다.  묶어서 전체를 살펴보기에도 좋고.


그냥 원래 알고 있지만 '나'에 대해, 온전히 '나의 내면'과 근원을 살펴보고 특징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육아를 하면서도 매번 부딪히고 넘어지고 화가 나서 울컥했다. 짜증이 나고 속상한 마음 어딘가에 무엇이 있기에 나는 왜 단단해지지 못할까 우울하고 힘이 빠졌다. 마침 모닥불 같은 이너조이께 에니어그램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생겼다. 놓칠 순 없지!



1번 유형 34점 (감정배제)

2번 유형 52점

5번 유형 45점(감정 배제)

7번 유형 56점 ★★★★★

9번 유형 49점 



7번 열정적인 사람(기쁨 최고!) 


라고 쓰여 있는 이너조이님의 글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가 생각난 건 왜일까. 기쁨이는 영화에서 제일 이해가 안 되고 싫어한 캐릭터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어쩌면 그 안에 수많은 모습들이 나와 참 닮아있는 것 같기도 했다. 


행복과 기쁨을 빼앗기기 싫은 불안, 기쁨이의 다른 쪽 내면은 불안이가 아닐까?


▶7번의 주된 정서는 불안, 예술성, 기쁨, 행복이다.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 큰 아이의 주된 정서 역시 불안이라는 걸 알아서인지 어쩌면 선재와 잘 통하고 좋다가도 답답함이 느껴지고 부딪혔던 시기가 생각났다. 단순히 둘째 아이의 탄생이 우리를 예민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재도, 어른인 나도 불안했던 거다.


어떤 두려움이 내 안에 있을까? 사고 유형을 가진 특징답게 어린 시절부터 생각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움직이기까지 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결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는 상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영화 『올드보이』 속 철웅(오달수)의 대사 : 상상을 하지 마, XX 용감해질 수 있어! 나는 많고 많은 대사 중에 이 대사가 소름 돋을 만큼 뇌리에 박혔다. 저거구나!) 의심이 많고 행동에 대한 결과가 눈앞에 보이기까지 그 자체로 인식하기보단 상상을 하고 공상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안 가게 하기 위해서 또 상상을 해서 벗어나고 뭔가 이야기를 쏟아야 했기에  침묵이나 멈춰 있는 시간은 언제나 불안하고 무서웠다. 상상이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했지만 현실은 늘 상상 속 세계와 달랐다. 평안과 끈기를 달라고 기도했다. 


단단한 믿음이 자라서 불안이나 의심 없이 살고 싶었다.



자극을 추구하는 성격답게 무서운데도 호기심에 먼저 움직이고 탐닉하기도 했다. 겁이 이토록 많은데도 공포 영화나 미스터리 책,  음모나 사건을 캐내기 좋아했다. 영화, 책-특히 소설,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쓰기에 빠졌다. 밝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으나 남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 탓에 할 말을 다 했을 뿐이지 늘 속이 시끄럽고 외롭고 불안한 아이였다. 


이야기를 끊임없이 재잘재잘하고 누군가 호응해 줄 때 덜 불안하고 즐거웠던 것 가다. 침묵을 못 견뎌하고 언제부턴가 우리 엄마보다 내 말을 더 재밌다고 잘 들어주는 엄마 지인분들, 친구들에게 붙어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입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생각이 많기에 쏟아낼 이야기는 한가득인데 그게 정리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우리 할머니는 지금도 

-야야, 말 좀 천천히 해라, 쟈가 말하는 건 늘 너무 빨라서 나는 한 마디도 못 알아 듣는다이.


의식적으로 천천히 말하고 생각한 것의 반만 말하자, 말을 안 해도 편안한 상대를 찾자, 눈의 피로도를 낮추는 스탠드와 간접 조명을 찾아보자, 눈물이 나면 시원하게 울고 왜 울었는지 생각하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자, 이게 나니까 나를 좀 알아보자, 글을 써보자, 나는 이렇게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가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갔던 것 같다. 불안한 세계 속에 갇혀있기 싫었으니까.


그리고 알게 됐다. 결심까지가 오래 걸리지, 막상 시작하면 의외로 별 거 아닌 게 많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주사도 그저 따끔할 뿐, 치과 치료도 생각보다 안 아픈데? 사람들은 별로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걸 관찰하면서 깨달았다. 좀 내 멋대로, 내가 제일 편안하고 행복하게 기쁘게 살고 싶었다. 


기쁨, 공상, 상상,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세계를 치유하고 싶었다. 내 유형이 강점으로 향할 때 5번(탐구자)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나는 늘 혼자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사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듯한 사람, 단단한 사람을 동경했더랬다.(솔트님과 나영언니가 5번 유형의 사람. *이너조이님이 5번이 아니라 조금 신기했다.)  5번이 내 안으로 들어오면 경험과 관찰을 충분히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정의로움을 발견한다고 한다. 


꾸준함, 끈기, 다시 꺼내보고 정리하기(퇴고를 싫어한다), 점검하기, 우직함, 나에게 부족하지만 깊이 있게 나아가야 할 일. 



내면 탐구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있는 그대로 나를 바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래, 난 이런 사람이었지.



내가 가장 많은 상상과 열정을 쏟았던 수많은 나의 이야기들이 강점으로 태어나길! 결국 내가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없어도 많이 웃고 많이 울길.(우는 건 사실 뭐, 창피하지도 않다.) 


나우 앤 히어, Now & Here 앤나우, 나의 닉네임처럼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열정을 쏟고 기쁨을 누리고 싶다. 



4번과 5번 사이에만 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빈 공간이 있다. 바로 거기가 내면으로 들어가는 구멍이라고 한다. 내면으로 들어가는 구멍, 완벽한 열쇠를 찾진 못했지만 앨리스처럼 용기 있게 그 구멍에 뛰어들어 가고 싶다. 




자자, 그렇다면 이제 이 7번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모든 유형 안에서 자신을 볼 수 있어요. 하나님의 섭리. 우리는 누구나를 통해 자신과 하나님의 형상을 볼 수 있어요. -이너조이









5살, 7살 무렵의 선재/ 제주 항공 우주 박물관/ 아이와 함께 나의 내면도 탐구해 보고 싶다

 



*글로 코칭 <강점 에세이 쓰기>를 시작합니다. with 이너조이 

이너조이님의 강점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드로잉 레시피/ 꼬모소이 작가(2020-2022년작)/ 80화 완결/ 전체연령가 

※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주인이었던 석촌 미선빌라 201호로 이사 온 은수의 용서와 성장 힐링 여행. 

▷이미지 컷과 줄거리 소개 출처 -네이버 웹툰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피트닥터 감독(2015년작)/ 102분/ 전체 관람가

▶올드보이 Oldboy/ 박찬욱감독(2003년작)/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1866년 초판)



글 쓰는 오늘 Season13 우리들의 글루스 III
여섯 번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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