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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Nov 05. 2024

올해의 나는

I'm King of the world!!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의 글감 달력 (*아, 예쁘다!) by 알레작가님




쓰고 싶은 게 날마다 넘친다고 생각해서 따로 글감 달력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은 없는데 어젯밤 우연히 들여다본 글감 달력을 보면서 

'어머, 이건 꼭 써봐야 돼!'라고 다짐했다. 


곧 다가올 12월이 되기 전에 한 달 빠른 회고와 미리 다짐도 세울 수 있기에 한 해를 돌아보면서 

올해의 '내가 최고다!'라고 느낀 순간을 돌아보자.

이 질문과 글감이 좀 짱인 듯!!


더 놀라운 건, 나에게 이런 순간들이 넘치게 많아서 감사하단 사실이었다. 무수히 많은 후보들 중에서 몇 개를 뽑아야 하나 고심할 정도로, 나는 순간순간 삶에서 내가 이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은 사람이구나 느꼈다.


일단, 나 좀 짱인듯!!








예나에게 You're very kind 소리를 들었다. 휴 그랜트와 똑같은 끊어지는 영국 발음으로^_^



올여름, 언니와 함께 보고 싶었던 조카 네 명을 모두 만났다. 오자마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풀빌라 펜션으로 일주일 여행을 갔는데 예나에게 음식을 통제하는 우리 엄마와 나영언니사이에서 내가 몰래 간식을 챙겨주고 쥐어주니 예나가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것도 한 번 아닌, 여러 번,



유 오 베리 카인드, 카인드, 카인드!




카인드를 정확히 여러 번 말해줬음. ㅋㅋㅋ (이게 포인트닷!) 몽쉘통통 하나로 산 환심이지만 나는 우리 예나에게 그 말을 듣는 게 뿌듯하고 좋았다. 예나가 먼저 그런 말 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언니 말에 더 으쓱 했던 것 같다. 불을 꺼주거나 식사를 챙겨줄 땐 그런 말을 듣지 못했지만 심지어 샤워를 도와줘도, 듣지 못한 말인데. 예나가 좋아하는 달달한 간식 하나를 건네줄 땐 카인드가 빛을 발했다. 


나경아, 예나가 너를 참 좋아하는 거 같아. 너랑 같이 잘 다니고, 네 옆에 있으려고 하고.


경계하고 피하기보다는 사랑하는 내 마음에 예나가 반응한 것 같아서 더 기분 좋고 기뻤다. 영국에서도 맨날 내가 사준 몸빼 옷만 세트로 입는다는 소식에 여기서 긴팔 몸빼를 따로 사서 보내기도 했다. 




예나야, 이모가 널 위해서 2시간 동안 타요랑 콩순이 불러준거 잊으면 안 된다!




감악산에서 길을 잃었지만 결국 정상을 찍고 하산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가족답게, 심학산이나 고봉산, 파주의 그랜드캐년(?) 월롱산 정도로 생각하고 심지어 반바지와 운동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는데 웬걸;;; 암벽으로 된 바위와 밧줄? 

밧줄이 왜 거기서 나와?!! 밧줄이 끊긴 부분까지 눈에 땋! 


길을 두 번 정도 잃어서 점점 더 험한 데로 가고 선재는 울기 일보직전, 나는 분노 폭발, 신랑은 욕을 전혀 안 하는 사람인데 욕을 다함. 스스로 낙엽 뭉치에 허벅지까지 빠진 뒤 크게 외쳤던 신랑의 단 두 글자에 우리 식구 모두 빵 터짐!! ㅋㅋㅋ 우리 가족 모두 눈물, 콧물, 피, 땀, 눈물 다 쏟아버린 날.


여러분, 절대 목숨 걸고 등산하지 마세요!


추락주의 푯말이 곳곳에 있을 때부터, 정상이 다 왔다는 사람들 표정이 몹시 안 좋았을 때부터, 사람들 인적이 안보였을 때부터 그냥 관뒀어야 했다. 덕분에 그날 우리 식구 4명은 온몸에 낙엽을 뒤집어쓴 채(잘못 든 길에 낙엽으로 된 구덩이에 빠지기까지 했다. ㅜㅜ크흡) 반바지 차림 남자 셋은 모두 다리 여기저기 영광의 상처를, 기다시피 내려온 내 운동복 바지는 엉덩이 부분에 커다랗게 구멍이 났다. 검댕이에 꼬질꼬질 녹초가 돼버린 우리 식구들은 내려오자마자 주유소 화장실을 발견하고 환호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산이 있기에 오르긴 올랐고, 정상에 가면 아이스크림도 판다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출발했으나(정상에선 컵라면, 막걸리,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다 팔지만 화장실은 없습니다.) 내 생에 밧줄 잡고 산에서 내려오긴 처음이었다. 암벽등반을 이렇게 돌발 상황에서 하게 될 줄이야;;; 


아침마다 우리를 맨날 산으로 올라가게 했던 신랑이 무릎 꿇고 석고대죄, 사과한 날.


이건 진짜, 작은 일이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큰 일에 포함해야 할 정도다. 감악산 사건(?) 이후로 한동안 등산을 안 간 우리 가족.

애들과 함께 돈 안 드는 극기훈련을 했어! 그래도 해냈다! 

아니, 살아서 돌아왔어. 엉엉엉 ㅠ_ㅠ





야호!




ㅋㅋㅋ





세상에! 장비 없이 밧줄을 타고?! 저길 어떻게 내려왔나 싶다
그래도 끝까지 혼자 탐험을 즐기고 제일 즐거웠던 우리집 에너자이저(얼굴 검댕이, 연출 아닙니닷 ㅋㅋㅋ)





새로 시작한 일본어와, GATEWAYS TO ART, 한 달 한 번 책 모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올해 초 시작한 초급 일본어 회화 수업과 '예술가의 관문'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미술사 책 읽기(영어로 읽고 해석하고 함께 공부하는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건축사나 미술 수업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모두 심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인연으로 시작하게 된 웨일온(온라인) 수업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성실하게 참여했다.


일주일 중에 - 월요일 오전시간화요일 밤 이렇게 2시간씩 두 번은 무조건 비워둔다. 자발적인 공부가 원래 이렇게 재밌었나 싶을 정도로 즐겁고 놀랍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많은 시간이다. 대구에 사시는 인경쌤을 빼고 올해는 함께 공부하는 다른 분들을 직접 다 만날 수 있었다. 볼리비아에 사시는 혜은쌤을 만나기 위해서 왕초보 일본어 회화반이 뭉쳤고 왕릉천행을 가서 아템포님과 정약사님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히라가나 한 자도 못쓰고 읽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맛있는 일본어' 3권이 오늘이면 끝난다! 더 어려운 책이 곧 기다리고 있지만 그것도 겁내지 말고 일단 도즈언!



원래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예습보다 중요한 게 복습인데 복습이 살짝(?) 많이 부족해서 그렇지 예습을 하면서 하나씩 익히고 몰랐던 세계사나 건축사, 미술사까지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미술관에 가서 관람을 하는 걸 넘어서는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었고 영감을 주는 많은 사진과 그림도 접할 수 있었다.


함께 책을 나누고 빌려서 읽고 돌려서 읽고 밤새 얘기하는 우리들의 책 모임(심선새님, 윤하쌤, 혜진쌤, 그리고 나) 작년 겨울부터 꾸준히 한 달에 한 번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만났다. 책을 이고 지고 손 떨리게 들고 오는 일이 있어도 서로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면서 책을 넘어서 또 일상에서 귀하고 든든한 사람들을 얻었다.





재밌는 공부, 내가 사랑하는 책 읽기 그리고 사람들






성경 100일 통독, 영어로 묵상하기



이건 온전히 여름나무(하림 님)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인데, 100일 중 며칠은 건너뛰고 넘어간 적도 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영어성경과 함께 보면서 100일 성경 통독을 마칠 수 있었다. 전에는 몰랐던 부분, 놓쳤던 부분을 발견해서 놀라웠고 시간에 쫓기면서 성경을 읽고 조급했던 게 아니라 틈이 날 때마다, 하루의 시작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을 늘 내 곁에 성경을 두고 묵상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기도하면서 내 기도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 사랑하는 우리 식구들과 친구들,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이웃들,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떠올랐고 짧게나마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냐고 묻는다면 나를 '마음먹게 하는 묵상과 기도',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답하고 싶다.





무엇을 위해 기도할까? I'm praying for you (with 기빙테이블, 라이트 여름나무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올해 한동안 그것도 1년가량 쉬었던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역시 잘할 줄 알았다. 글을 쓰지 않았던 순간조차도 이거, 글로 쓰면 재밌겠다, 이거 좋은 글감이야, 생각했으니까. 나는 늘 글을 쓰고 싶었다. 이토록 좋아하면서, 왜?!!


왜 이렇게 안 썼냐고 묻는다면, 나의 이상이 늘 너무 높았기에,  완성까지 나오는 내 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냥 아무것도 없어도 글은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건데 말이다.


글쓰기야 말로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자신 있게






라고 말할 수 있는, 세 가지 질문을 충족하는 일이다.


작은 일이지만, '나는 해냈다'라고 외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던 뿌듯한 순간, 혹시 기억나세요?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뤘던 경험, 한 번 떠올려 볼까요?


글쓰기 20일을 쉬지 않고 마쳤을 때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을 넘어 댓글까지 달아줄 때

글쓰기, 한 편을 쓰기 시작해서 발행을 누를 때



아, 나에겐 쓰지 않아야 할 이유가 처음부터 없었구나. 누군가 내가 쓴 댓글이 좋아서 캡처도 해주고 두 번 읽었다고 했을 때(호연님 감사해요!) 나의 응원으로 힘이 난다고 했을 때, 우리 아버지가 내 글을 읽기 위해 브런치도 가입하고 댓글도 달아주셨을 때, 전부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머릿속 생각에 머물지 않고 둔탁하고 느리더라도 글로 이어가는 삶.

기록의 힘, 삶을 남기는 발자국, 

나는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것이다. 





글을 완료하고 마칠 때 마다 항상 알레 작가님이 보내주는 수료증, 왠지 뭉클하다





#기빙테이블

#감악산

#몹쓸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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