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소설과 11월의 공통점)
고등학생 때 영어 독해 문제집을 풀면서 우연히 이 단어를 알게 됐다.
영국 발음으로는 '노블'
미국 발음으로는 '나블'
novel
1. (장편) 소설/ 소설을 쓰다/ 출간하다/ 읽다
2.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신기한
나는 얼른 그 아래 있는 소설가도 찾아봤다.
novelist (장편) 소설가
나발리스트, 나발나발 잘 떠들어서 나발리스트, 이렇게 외워야지, 내 꿈은 나발리스트야!
Writer가 좀 더 흔하게 쓰이는 표현이란 건 대학교에 들어와서야 알았다. 그전까지도 나발과 나발리스트가 언제나 나에겐 한 세트였으니까.
달력을 볼 때마다 노벰버, 노벰버 자꾸만 읽게 된다. 건즈 앤 로지스의 1991년 앨범 수록곡인 「November rain」이 떠오르는 계절이기도 하고.
11월이 되면 한 번씩 꼭 듣는 노래인데 얼마 전에도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액슬 로즈의 풋풋한 외모와 어설픈 연기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노래와 연주! 듣다 보면 빠져버린다. 잔나비도 좋아하는데 잔나비의 앨범에도 'November Rain'이란 곡이 있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음악을 먼저 듣고 잔나비의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우연인지 몰라도(물론 우연이겠지, ㅋㅋㅋ 진화마저 우연인 세상에!) 노벰버와 내가 좋아하는 나블의 앞 글자, 약자가 똑같다. 이런 우연이!!
Nov.
Novel - November
11월은 마치 그래서 왠지 더 운명처럼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계절인가 보다.
신춘문예며 각종 콘테스트들도 12월 전 11월쯤에는 모집을 마치기도 한다.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을 쓰고 노트북을 켜기보다는 따땃한 침대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귤을 까먹고 혼자 노벰버와 나블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빨강머리 앤처럼 공상을 했다.
이러는 시간에 뭘 좀 쓰지,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예열과 결심이 참말로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
해가 짧아진 만큼 밖에서도 놀고 태권도까지 다녀온 둘째가 요즘 계속 8시쯤부터 뻗어 자는 바람에 행복해서 내적 비명을 질렀다. 후다닥 씻고 저녁을 먹으면 바로 딥슬립, 야호!!
그런데;; 아뿔싸!
기상 시간이 5시가 되니 나도 모르게 강제로 5시면 눈을 떠서 고기를 굽고(아침부터 고기반찬을 찾을 때가 많다;;;) 밥상을 차리고 원에 가기 전까지 4시간을 (9시 15분에 차량이 온다) 버텨야 했다. 형아처럼 7시쯤에만 눈을 떠줘도 좋으련만, 9시간 충분히 자다 일어난 아이는 그림도 그렸다가 노래도 부르고 형아도 깨우고 보드게임도 하고 에너지가 펄펄 넘친다. 노는 게 좋을 나이 6살이고 쌩쌩하니까 그렇다 쳐도 나는 아침에는 아주 후달달, 기운이 쫙 빠지는 사람인데 요 며칠을 너무 재밌게 놀아주니 8시 50분부터는 나갈 준비에 (*아이를 보낼 준비에) 신나 있는 나에게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랑 노는 거 재밌어, 오늘은 안 갈래!
쓰읍, 그러면 안 되는데, 또 아뿔싸! 엄마가 또 너무 재밌게 놀아줬구나 반성을 하며 좀 덜 놀아주고 재미없는 엄마가 되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놀다 보면 또 진짜 내가 더 재밌어져서;;; 그게 참 어렵기도 하다. 8시부턴 슬슬 지루하게 아이가 여기보다 어린이집을 더 재밌어하고 가고 싶어 할 만한 '지루함'을 선물해 줘야 할 텐데.
ㅋㅋㅋㅋ
같이 있는 게 좋고 재밌는데 떨어져 있으면 혼자 있으면 그 온전한 내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모순되고 이상한 양가성이긴 한데, 붙어 있는 내내 느껴지는 행복이 있기도 하지만 혼자서만 공상하고 자유로운 시간 역시 누구나에게 필요하기도 하다.
힘겹게 어르고 달래서 아이가 차량에 타면 마구마구 하트를 발산하고 차량이 안 보일 때까지 따라가서 손을 마구 흔들어준다. 내 모습을 보고 차량 선생님과 기사님이 언제나 웃으시는데 아마 속으로 '저 엄마는 아침마다 무슨 에너지로 저렇게 기쁘게 손을 흔들까?' 하실지도 모르겠다. 헤어짐의 기쁨, 헤어졌다 만나는 기쁨을 고대하고 기다리는 심경이기에 이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숨길 수가 없다.
탁탁탁,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와서 혼자서 커피를 내리고 청소기를 돌려도 콧노래가 나온다.
11월은 사실 내가 피하고 싶은, 싫어하는 계절이다. 건너뛰고 싶은 계절이랄까. 그전까지 멀쩡했던 코가 몇 해 전부터 요맘때, 입동 때가 되면 귀신같이 콧물 눈물이 폭발하더니 알레르기성 비염증상이 폭발하는 시기기도 해서 이젠 약을 안 먹으면 아침, 밤으로 신기하게 콧물이 주르륵 눈까지 빨개진다. 이불도 매일 털고 환기도 시키지만 증상을 해결해 주는 건 역시 약이 제일 빨랐다. 여름의 더위도 온전히 이겨냈는데 갑자기 추워진 계절도 우울한데 몸까지 이러면 왠지 기운이 쭈우욱 빠진다. 이런 처지는 컨디션을 잘 알기에, 나는 더워도 언제나 여름이 가장 좋았다. 여름은 언제나 나를 숨쉬기 편하고 에너지가 흐르게 하는 계절이다. 매미부터 시작해서 세상의 온갖 소리도 사방팔방 활기가 넘친다. 땀을 흘려도 샤워하고 시원하게 먹는 아이스크림이나 선풍기로 달랠 수 있었는데 가을부턴 아무리 껴입어도, 목도리를 칭칭 감아도 어딘가가 뚫린 듯 슝슝 들어오는 찬 바람의 기운부터 스산하고 싫다.
글을 써야 하는데 …
에에취, 아저씨처럼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랄 소리의 재채기가 튀어나오면
역시 어김없이 11월이 가을이 왔다는 소리다. 절기상 이미 입동이지만, 수면양말과 목도리, 장갑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가을. 소설을 좀 써보자는 결심을 하고 싶어서 이런 글을 나불나불 떠들어본다. ㅋㅋㅋ
*사랑스러운 카리스님이 얼마 전 내가 쓴 브런치 글로 직접 만들어준 캘리그래피
(미국에서 보내온 손글씨 선물, 꺄아앗, 감동이다) 고마워요, 카리스님 ^_^
*샛강생태공원에서 걸어가는 내 뒷모습 사진과 함께 올려주신 선생님의 글. 떠들고 말(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만큼 이걸로 글을 좀 쓰라고 늘 이야기해 주시는 스승님. 신춘문예 응모 시기에 글을 가져와 보라고 읽어주시겠다고 멈추지 말고 뭐라도 쓰라고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에 부응하고 싶은데 그런데 써놓은 게;;;
: 대학시절 은사님이시자 (내가 되고 싶었던 바로 그 '나발리스트'인) 소설가 조성기 선생님.
※ 글감을 알려주신 한국소설 읽는 방(몹글) 분들께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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