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취미학개론> 연재를 시작하며

by 지금

“먹고 자는 것 말고 하는 게 없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는 동생들이나 회사의 후배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고생 후에 낙이 온다’라고 하지만, 달콤한 재충전의 시간이 무거운 적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 역시 긴장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의 무게를 경험했던 터라, 이런 말을 들으면 유독 마음이 쓰인다.


한때 내 인생은 철저히 목표지향적이었다. 입시, 학점관리, 취업까지 주어진 목표를 향해 살았지만, 취직 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목표가 없는 삶은 낯설었고, 평범한 일상은 허탈했다. 성취 이후의 삶이 불편했다. 삶이 퇴보하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단계가 바뀔 때마다 인생은 커다란 암흑 덩어리이자 미지의 세계였다.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살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꾸고,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돌아보면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하나씩 찾았다. 때론 길을 잃거나 방황하기도 하고, 외로움에 몸서리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글을 쓰면서 근사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과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나의 성장통의 기록이다. 취미가 많다고 자랑하거나 나의 생활방식이나 취미생활을 제안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나는 모든 취미에 통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넘치는 욕심과 호기심에 끌려다니느라 쉬운 길도 멀리 돌아오면서 살았다. 오히려 이 책은 삶이 서툴렀던 나의 흑역사에 가깝다. 삶이 어려웠던 탓에, 다양한 취미를 경험하고 부딪히고 난 후에야 나는 조금이나마 삶을 이해했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기에, 어쩌면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이 글을 쓴다.


삶에 정답은 없다. 내 경험은 삶을 살아가는 한 가지 예시일 뿐이다. 나의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삶의 여정에서 마주했던 나의 고민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는 현실이 어려운 누군가에게 조금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인생이 모호하게 느껴지거나 원인 모를 무력감이 찾아올 때,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변화는 누구나 마주칠 수밖에 없는 삶의 단계라는 점에서 동질감과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변화는 위기이지만 동시에 기회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간은 지금까지의 생활이 끝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준비다. 문을 열고 나가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기 전에,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릴 수 있는 인생의 배려인 셈이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랑하는 남동생과 존재만으로 생기 넘치는 회사 후배들, 그리고 인생의 변곡점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축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