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에 찾아 온 사춘기, 그리고 취미의 시작
최근에는 공채라는 개념이 사라졌지만, 회사에서 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직한 신입사원들을 종종 마주친다. 예전에는 회사에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요즘엔 어색한 정장 차림 너머 비치는 싱그러움과 건강함이 마냥 예쁘기만 하다. 처음 회사에 취직할 때 내 모습이 떠오른다.
대학생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요즘 친구들과는 달리, 학교 다닐 때 나는 졸업 이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벅찼다. 학교라는 세상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던 나는 졸업과 동시에 학생이라는 지위를 잃고 백수가 되었다.
학교에서 나의 미래는 열려있었지만, 졸업 후 눈앞에는 삭막한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막막했다. 스스로를 증명해내기 전까지 나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내가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뭘 먹고살아야 하나’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페이스북이며, 메신저며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면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과 연락하기 부담스러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취직 합격통보를 받았다. 친척들에게 축하 전화가 왔다. 멀리서 격앙된 목소리로 통화하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떨떨한 나와 달리 부모님은 여유롭고 홀가분해 보였다. 내가 큰일을 해낸 것 같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던 내 인생과 불안하던 앞날에 적어도 일자리는 정해졌다. 인생이라는 집에 큰 기둥 하나가 세워진 느낌이었다.
엄마는 출근 전, 평소에 가지 않던 백화점에 날 데려가서 명품백을 사주셨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하나쯤은 필요하다며 과감히 카드를 긁으셨다. 엄마도 명품이 없는데, 고마움과 미안함에 콧등이 싸해졌다. 차마 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가방이 전투복 같았다. 새로운 앞날에 결연해졌다.
취직 하루 전날에는 이모가 나를 미용실에 데려갔다. 취업 선물이라며 헤어디자이너분께 세련된 머리를 주문했다. 수년간 고수하던 생머리에서 당시 유행하던 삼각김밥 머리로 변신했다. 사회인의 첫 발걸음을 잘 내딛길 바라는 가족과 친척들의 지원을 받고, 회사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했다.
첫 출근, 아침잠이 많은 편이었지만 전날 밤 잠을 설친 탓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다. 예쁘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은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서 어색해하던 모습, 집에서부터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창문 너머 바라보던 풍경, 옷차림도 얼굴도 무채색인 양복 군단 속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던 길...
벌써 8년이 흘렀다. 많은 일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 한 번의 사춘기를 겪었다. 직업에 대한 고민부터 매일같이 부딪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 같은 불안, 의사소통의 문제, 워라밸, 경제관념, 라이프스타일까지 나는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랐다. 나만의 답을 찾기 전까지는 문제 속에서 한없이 흔들렸다.
내가 단단해지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을 기억하는 탓에 신입사원들을 보면 잘 지내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마음이 쓰인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의 얘기를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