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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Feb 20. 2024

소풍처럼 살다가기를..

죽음에 대해 이어지는 단상.

주말에 가까운 사이인 지인 언니의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하신 지 일주일정도 되었다. 한번 가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새 주말이었다. 지병이 있으시다고 들었지만, 당장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저 감기 정도로 생각했고,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곧 퇴원하시리라 믿고 있었다.


지난주까지 봄이 오면 여행 모시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언니는 매일 눈물로 지낸다. 병문안을 가서 아프신 어머니를 뵈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고, 어머니께 드릴 과일이라도 전해드리고, 언니랑 밥 한 끼 하고 싶었던 거였다. 보호자 침대에서 지내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텐데... 또 밥을 뜨다가 언니는 목이 막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주변에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거나, 먼 친척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참석했던 주변인들의 장례식이었다. 건너 건너 어떻게 돌아가셨단다를 전해 듣는 게 다였다.


이렇게 그 가까운 이의 위독한 상황을 목전에 두고 마음 졸이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이 나이 먹도록 처음이다. 무슨 말이 위로가 되는지, 무슨 말을 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숨쉬는걸 괴로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위태롭게 지켜보는 오십 먹은 막내딸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밥 한 끼 같이 하며, 그 시간만큼이라도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일흔다섯.

백세 시대인 요즘, 너무 이른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봄이 오면, 막내딸 손 잡고 꽃구경 다녀오실 수 있으시길 기도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언니 걱정이 앞선다. 교습소 인테리어에 개원 준비에 정신없는 날을 보내는 와중에 문득문득 언니 생각이 난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한 엄마.

그 엄마가 없는 세상을 나 역시 아직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오십 먹은 언니도, 마흔네 살 먹은 나도, 엄마는 필요하다. 엄마가 계속 세상에 계셔 주셨으면 좋겠다. 자주 보지 못해도 이 세상 어디엔가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가 '엄마'니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머지않아 엄마 가까운 곳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에 이른다. 일흔이 가까워오는 나이까지 일도 하시고, 아흔 넘은 시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여행 한 번 맘 편히 못 하시는 우리 엄마. 엄마 옆으로 가서 엄마 모시고 여행도 다니고, 맛난 곳도 모시고 다녀야지.



그러다 또, 내 남은 생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까지 나아간다. 백세 시대라지만, 나의 삶이 그러리라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니, 육십까지 산다면 15년쯤, 칠십까지 산다면 25년쯤. 그렇게 남았겠구나. 결코 긴 시간은 아니구나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그 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데, 무엇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사는 게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든다. 뭐가 안되면 어떤가. 내일 죽는다면, 열심히 즐겁게 산 오늘과 어제가 떠올라 여한이 없으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해볼걸. 저렇게 해볼걸. 후회로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소풍처럼

매일을 즐겁게 잘 살면, 그거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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