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구청, 세무서를 왔다 갔다 하며 허가를 받고, 인테리어업체, 간판, 냉난방기, 이사, 책상, 그 외 기타 집기들 배송, 부동산, 인터넷, 정수기, 가맹할 프로그램 업체, 태블릿 구입등 온갖 사장님들과 접촉하여 일을 끝마쳤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기존 아이들 스케줄 정리하여 시간표를 새로 짰고, 이제 신규생들 상담도 남아있다.
이 모든 일을 3주 안에 끝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였다. 막내아들이 한 2년째 노래를 부르던 강아지. 그사이 많이 고민도 했고, 알아도 봤지만 여건이 맞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딱 우리 아이들 나이 때부터 15년을 키웠던 강아지는 내가 결혼해 집을 떠났던 그 해에 세상을 떠났다. 그 충격과 슬픔이 너무 컸기에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 같이 우리 강아지는 다롱이. 남편네 강아지는 드롱이었다. 남편이 한참 작업을 걸 때 우리 강아지가 다롱이라니까, 본인집 강아지 이름이 드롱이라 해서, 그런 사기를 치냐고 코웃음을 쳤던 기억도 있다. 어머님이 막내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드롱이 역시 아프게 보냈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처럼 운명처럼.. 딱 다롱이 같이 생긴 아이를 만났고, 뭐에 홀린 듯 요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름은 호두. 호두는 우리 집에 웃음을 주고, 자기 방에 있기를 선호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거실로 끌어내 준다.
정신없이 바쁜 엄마 대신, 세 아이가 서로의 스케줄을 확인해 가며 호두를 돌본다. 예쁜 만큼 힘든 일도 많다는 사실을 수차례 인지시켰기에, 모두 미루지 않고 감수해내고 있다. 강아지를 무서워했던 둘째 딸도 하루 만에 적응하고 마음을 한껏 주고 있다. 한 생명을 거두는 일에 무거운 마음이 들지만, 호두는 우리 집에 올 운명이었다고 믿으며 기꺼이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사이 또 한 분은 이 세상을 떠나셨다.
얼마 전 병문안을 갔던 지인 언니의 어머니가 긴 시간 견디지 못하시고 거짓말처럼 떠나가셨다. 폐가 안 좋긴 하셨지만, 이번 입원은 그저 감기일 거라 생각했었던 상황이었다. 봄이 오면 엄마랑 꼭 꽃놀이 가고 싶다던 언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우리 집 근처 병원이라, 장례를 치르는 동안 이틀을 들러 언니를 위로하고, 나의 공부방이 마지막으로 좋은 일도 했다. 언니네 가족들이 집까지 다니는 게 멀어 힘들었는데 내 공부방에서 밤을 보내도록 해드렸다.
엄마의 마지막 바람처럼 언니가 너무 많이 힘들지 않고 극복해 내면 좋겠다.
또 오늘은 우리 큰 딸이 기숙사에 짐을 가져다 두러 간다. 내일모레 입소라 짐만 먼저 두고 오려고 한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 생활을 하게 되는 딸.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여 기쁘게 가는 일이긴 하지만,
너무 보고 싶을 거 같아 걱정인데, 그 빈자리를 우리 호두가 채워주고 나의 바쁜 일정들이 채워주리라 믿는다. 어제는 그 많은 책을 혼자 포장할 뻔했는데 내 든든한 큰딸이 와서 함께 해주었다. 초등학생 때 보던 책들 제목을 재미나게 찾아가며 즐겁게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