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쌤 Mar 08. 2024

반려견이 주는 의미

호두야, 같이 행복하게 살자.


방학 동안 방치되었던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왔다.

공부방에서 교습소로 나오는 건, 나를 세상에 공개하게 되는 거라는 말을 실감한 일주일이었다. 픈을 하고 정신없는 일주일을 바쁘게 보냈다.


나이를 먹어가며, 나이만큼 성숙해져야 늙어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십 대는 사십 대에 걸맞게 살아가며, 오십 대를 준비해야 한다.


말을 줄이고, 말에 책임을 지며, 말보다는 실천으로 옮기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에도 더욱 지혜가  필요해진다. 가까운 가족부터 주변인들까지 모두 적당하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마음을 표현하며 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15년을 강아지와 함께 살아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주는 마음의 위안이 얼마나 컸는지 보다, 그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떠나보낼 때의 아픔이 더 크게 남아있었나 보다.


주변에 보이는 강아지에게도 일부러 더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 온 가족이 너무 키우고 싶어 하는데 나만 반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내 마음마저 뺏기면 당장 키워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인연이 되어 우리 집에 온 지 3주가 되어가는 호두.

이렇게 자는 건 적개심 하나 없이 아주 편안한 상태일 때라고 하는데, 호두가 어제 이렇게 자는 모습을 포착했다.


큰 딸이 기숙사로 떠나고, 너무나 허전했을 우리 집은 호두 덕에 그 빈자리를 잘 채워나가고 있다. 예상했으나 호두를 나를 가장 좋아한다. 밥도 아이들이 주고, 대소변도 아이들이 더 많이 치워주는데, 끝까지 본인을 책임질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아는 건지..


호두의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남편과의 말다툼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남편에게도 물론 애교 섞인 말투 따위를 뱉을 일이 없었던 내가 온 사랑을 담아 호두를 부르니, 그게 온 가족이 좋은가 보다.


사람과 주고받는 감정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마음을 주고받게 된다. 어릴 때는 몰랐던 그 감정의 모습을 이제 다시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나서 알게 된다.


한없이 주어도 괜찮고, 조금 소홀해도 언제든 나를 마음 다해 반겨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온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되는 듯하다. 가족이어도 미울 때가 있고, 서로 감정을 주고받는 일이 쉽지 않을 때도 많으니,

집안에 이런 존재 하나가 있어주는 일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그래서 사춘기, 갱년기 특효약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싶다.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지만, 아직 너무 긴 시간 혼자두기가 미안해서 미용실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데리고 와 이렇게 얌전히 구석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행복해진 만큼, 우리 호두도 우리 집에 와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즐겁게 함께 살자.






매거진의 이전글 화살같이 흘러가는 사십대의 2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