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유치원 버스 앞에 젊은 엄마들이 옹기종기 모여 상기된 얼굴로 아이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3월 둘째 주.
바뀌는 환경에 아이들도 엄마들도 긴장하며 지내는 시기다.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그 작던 꼬맹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처음 해보는 기숙사 생활에 들떠 있었는데, 엄마는 예상했듯이 역시나 만만치 않은 시간들을 마주한 듯했다. 많은 학원을 다녀보지도 않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해 보지도 않았던 중학 시절을 보낸 아이다. 사춘기라 엄마말도 잘 듣지 않았다. 엉망이던 시기가 물론 있었지만, 그 시기를 보내며 자기 시간을 알아서 관리하며 쓰는 습관은 들었다.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할 때 하는 아이이기에 늦은 시간까지 잘 앉아 있지도 않았다.
7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수업 및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으려니 당연히 힘이 들거다. 게다가 모두 다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힘든 거 같아서 그게 더 좌절스러웠을 것이다. 이번주에는 많은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혼자 운다는 이야기도 접했다고 한다.
어제 아침 아이가 열이 나서 학교 보건실에서 연락을 받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고, 독감 내지 코로나 감염병 의심으로 일단 집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잘 아프지 않은데 아마도 견뎌내느라, 애를 쓰고 있느라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했으리라. 나도 덤덤하게 "쉬어서 좋겠네~" 하고 죽 끓여주고 출근을 했지만, 마음이 쓰리다. 힘듦을 견뎌내고 있을 아이 마음 생각에...
교습소를 오픈하고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원을 새로 오픈했는데 블로그를 보고 몇 되지 않은 온라인반 수업 문의가 더 느는 건 뭘까.
어찌 되었든 예상 못한 일들, 미해결 된 일들에 마음이 씌이고 있다. 몸과 마음을 갈아 넣고 있으니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는데, 몸이 쉬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세상에 널려있는 저 수많은 학원들이 모두 이런 과정들을 거쳐 생겨나고 성장한 학원들이겠구나 새삼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들인 강아지 호두는 이제 우리 집에 완벽 적응을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하고 다닌다. 기어 다니거나 아무거나 주어 먹을 나이의 아이는 더는 없으니 방심했던 집안 구석의 먼지를 호두가 물고 나온다.
이눔아.. ㅜㅜ
호두를 위해 그 큰 소파도 들어내고 청소를 한다.
밥을 대형견용을 잘못 사는 바람에 호두가 응가를 힘들게 해서 밤에 지인분께 뛰어가 호두 밥도 얻어왔다.
아.. 참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는 세상의 수많은 일들의 이면에는 이렇게 모두 다 그에 상응하는 치열한 발놀림이 있다.
특목고에 합격했다고 축하를 받았는데, 그 아이는 이렇게 고군분투 중이며, 교습소를 개원해서 너무 멋지다고 축하를 받았는데 나는 수많은 책임과 두려움을 짊어지고 이겨내는 중이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여서 우리 집 아이들이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우리 집 새 식구 호두. 그 호두를 새 식구로 맞아들이느라 이렇게 또 수많은 뒤치다꺼리를 해내고 있다.
세상에 참 그냥 되는 일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뭐 하겠는가. 일은 벌이고 또 그 일을 해결해 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은 그런거니까.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묶어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존 A 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