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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Apr 02. 2024

목에 걸린.. 삶의 가시들.

불편함을 그저 불편함으로..

목에 걸린 가시는 하나만 되어도 생활이 불편하거늘, 요즘 내 삶 속에서 크고 작은 가시들이 목에 박혀 있다.


이만큼 살아보니 이제야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라는 삶은 판타지라는 걸 안다. 내게 오는 걱정거리와 고난들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은 안다. 그걸 인정한다고 해서 불편하지 않거나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아빠의 강 문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지 않은 건 나의 방어기제다. 방어하고 싶은 기억 속 큰 부분이  아마도 아빠일지 모른다. 늘 엄하고 힘들어 보이시던 아빠의 모습. 어린 나로서 외면하는 것 말고는 달리 그런 아빠를 마주할 방법을 몰랐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지만 강하게만 보였던 아빠는 실은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담대하게 상황을 맞서기를 두려워했고, 그래서 늘 조바심이 있었다는 걸. 딸 둘을 시집보내시고 그 책임감을 좀 내려놓고 나서야 아빠는 변하셨다.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렵던 아빠는 내 새끼들에게 무한 애정의 말들을 쏟아 놓으시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셨고, 딸들에게 전화 좀 하라고 서운한 얘기도 하신다. 모시고 계신, 아흔이 넘은 할머니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할머니의 식사 문제에는 여전히 극도로 예민하시다. 그런 아빠는 늘 잠을 깊이 못 주무시고, 몸이 여기저기 불편하셨다. 오랜 수면제복용 문제로 진료를 받은 병원에서 최근, 파킨슨병 의심으로 약을 처방받았다. 아직 확진을 받은 건 아니지만, 우리 가족 모두에게 목에 걸린 커다란 가시처럼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빠의 그 지난한 세월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사업에서의 거슬리는 여러 문제들.

모두 다 이런 과정을 거쳤으리라는 건 안다. 세상이 다 내 맘 같지 않다는 것도 안다. 이전 공부방은 비운 지가 한달이 넘어가는데 아직 다음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월세라 금방 해결되리라 믿었는데, 월세와 관리비를 이중으로 내고 있는 상황이라니...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더 마음을 짓누른다.





한 생명에 대( 강아지 호두.) 새로 짊어진 책임감.

호두에 대해 쓴 글이 얼마 전 다음 메인에 걸렸는지 조회수가 10000 이 넘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호두인데, 이런 호두를 오전 시간에 혼자 두고 일을 보러 나가기가 너무 마음이 쓰인다. 종일 혼자 집을 보는 강아지들이 있는 줄도 안다. 유독 나에게 애정을 쏟는 호두는 집에 내가 있으면 나만 따라다닌다. 약간의 분리불안일 수도 있고, 아직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애착의 대상이 필요해서 일수도 있다. 내가 누워있으면 최대한 내게 밀착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듯이 자리를 잡는다. 꼭 안아 애정을 퍼부어주면 만족스러운 듯 좋아한다. 요런 놈을 두고 일을 하러 나가려면 발걸음이 무겁다.



요즘 내 삶 속, 목에 걸린 가시들이다. 노력으로 해결이 되는 문제들이 아니라, 불편함을 그저 불편함으로 견디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도 글을 쓰며 삶을 고찰하다 보니, 세상의 일에는 이런 종류의 일들도 있는 거지, 하고 구분 지을 수는 있다. 노력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일들에 노력을 쓰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나 내 노력 영역 밖의 일에는 또 그대로 좀 놓아둬 보려 한다. 그런 일들도 세상에는 널려 있으니, 내가 걸어가는 길 중에 그런 일들을 만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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