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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Apr 09. 2024

한 생명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봄날 같은 너와 함께.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

아직 혼자 유치원 버스에 내려 집에 혼자 올라올 수 없는 다섯 살 큰 아이와 내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생아 쌍둥이.

혼자 죽을힘을 다하면 하루가 끝이 났었다. 산후 우울증, 육아 우울증. 아마 그런 것들이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그 당시 나에겐 사치였다.

8층 정남향이던 아파트였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지금 같은 봄 날이었다.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쯤, 잠시 동시에 잠이 든 두 아이 옆에 누워 창밖으로 바라보는데 참 세상이 무겁다 느껴졌었다. 하늘도 바람도 벚꽃잎들도 모두.


이 감정이 무얼까 생각하기도 전에 큰 아이는 하원을 하고, 쌍둥이는 깨어나 울었다. 그럼 또 그 부질없는 생각들을 쓱 옆으로 밀어놓고 본분에 충실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해서 먹이고 늘어놓은 장난감을 대충 치우고, 아이들 산책도 시키고 놀이터도 데리고 나갔다. 그러다 보면 언제 자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아이들이 커갔다.



큰 아이는 고등학생, 쌍둥이는 6학년.

이제 모두 내 키만큼 쯤 커서 싱크대에서 컵도 그릇도 꺼내 스스로 챙겨 먹는 게 가능해졌다.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곳도 갈 수 있다. 집에 혼자 밤까지도 있을 수 있다. 이만큼 아이들이 큰 것이 가끔 참 감동스럽다. 당연한 일상들이 내게 큰 꿈인 적이 있었으니까.


내 몸 하나 간수도 힘든데,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생명이 셋이나 된다는 그 무거운 책임감. 그 육아 우울증의 근원은 그런 감정이 아니었을까 지금 와 생각한다.



"너희 셋 모두 잘 들어라.

엄마의 육아는 너희가 끝이니, 나중에 행여라도 나에게 육아하는 할머니가 되어주라는 부탁은 말아라."


라고 이야기 할 만큼 나는 이제 육아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아이들이 다 성인이 되면, 귀찮게 하는 남편도 훌훌 버리고, 조용한 시골집에 가 혼자 살아야 지도 했었다.


그러던 내게 거짓말처럼 또 하나의 생명이 왔다.


유독 가족 중에서도 나를 따르는 댕댕이 호두. 침대 아래서 잘 자더니 새벽녘 낑낑거리는 소리에 깼다. 자기를 봐달라는 신호길래 안아서 팔베개를 해 옆에 눕혔다. 고대로 쌔근쌔근 아가처럼 잠이 들었다. 강아지의 숨소리와 심장소리를 들으며 함께 잠이 들었다.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날의 그 무거운 감정도 스쳐 지나갔다.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된 그 무거움이구나..

이렇게 내 옆에 꼭 밀착해 사랑을 갈구하는 이 강아지의 마음이 느껴져 왠지 마음이 콕콕 아팠다. 사랑이구나..



그 무거운 감정에는 책임감뿐만 아니라,

감사함도, 감동도, 그리고 사랑도 함께 있었다.


네가 있어 참 따뜻하고 행복하구나.

봄날같이 설레고 찬란한 우리 호두.

무거워도 좋으니 건강하게 오래 같이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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