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쌤 Oct 13. 2024

마흔 중반의 고요한 하루

행복과 불행 그 사이 어디쯤,  마음먹기 나름.

가족 모두 나가고 강아지 호두와 둘이 남은 일요일 아침.


이 자유로운 하루를 어떻게 쓸까 궁리한다. 아침마다 비타민처럼 복용하는 갑상선약을 먹은 지 한 시간이 지났나 시계를 보니 50분쯤 지났길래 커피부터 내렸다. 이 쓴 커피가 맛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향이 좋아 커피를 마신다. 허기진 배부터 채우려고 냉장고를 열고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 순대가 눈에 들어온다. 분식은 사 먹어야 제 맛이지만 아이들 간식으로 급히 필요할 때가 있어 사둔다. 계란도 삶고 떡볶이 순대 간단히 조리하여 커피와 함께 상에 차려놓는다.


몸에 좋은 음식도 아니고 고급재료로 만든 음식도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 저녁엔 살찔까 마음 편히 못 먹는데, 아침이라 맘껏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마음 한켠 짓누르는 불편한 상황은 잠시 차치한다.  두 달만 있으면 마흔의 딱 중간. 마흔다섯 살이나 된다. 왜 이렇게 내 삶은 평온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날들이 있다.

문제 하나가 내 삶 전체를 내내 뒤흔들던 날도 많았다. 


긴 무더위 끝에 찾아온 시원한 바람 한 점에, 일 년 내 그대로 있던 화초가 내놓은 새 잎에, 단잠을 자고 일어나 내 이불 한편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는 몽실몽실 사랑스러운 호두의 감촉에, 소박해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린 아침 상에.. 그렇게 이제는 작은 일상들에 충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10년 후쯤 살아가고 싶은 모습을 꿈꿔본다. 도심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시골 마을에 작은 단독 주택하나에 살아가는 꿈을 꾼다. 작은 정원 하나 꾸며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과 열매를 보며 살고 싶다. 작은 돌담길도 있으면 좋겠다. 목 줄 같은 거 없이 호두가 밟으며 뛰어놀 잔디도 만들어주고 싶다. 비가 오면 비 냄새에 섞인, 맑은 날은 상쾌한 공기에 섞인 커피 향을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글을 쓰고 맘껏 읽으며 살고 싶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는 여전히 무슨 일이든 하고 있을 것이며, 그 일들과 세 아이의 일과 그때는 더 늙어질 내 부모님의 일들로 고민되고 아픈 일상들 속에 있기도 하겠지.



지금도 나를 압박하는 많은 일들이 산재해 있으나, 불행하지는 않은 것처럼. 앞으로의 매일도 아무 일도 없이 고요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렇게 작은 일상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행복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결핍이 채워지는 그 찰나임을.. 이제는 안다.


브런치북으로 묶어보려고 쓰고 있는 브런치의 글도 쓰고, 오늘 밤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할 <소유냐 존재냐>책도 마무리하고, 다음 주 원장 모임 미션 숙제도 해야 하고..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를 또 써 내려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바람에 눈물이 나는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