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감미 Apr 24. 2020

사는 것이 더 어렵다.

죽었을 때 느낌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럼 혹시 태어나기 전 상태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아무 기억도 없을 거에요. 내가 없다는건 무언가 느낄 주체도 없다는 뜻이거든요. 죽은 사람은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아요. 대부분 문화권에서 죽음과 평안을 연결짓는건 아마 우연은 아닐거에요. 아무런 책임도, 고뇌도 없는 상태. 이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죽음이 끔찍한 일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아마 심장이 멎는 바로 그 순간을 이야기 하시는 거겠죠. 사람이 죽는 방법은 대부분 끔찍하기는 하죠.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수도 있고, 사고로 죽기 직전에 어마어마한 고통을 받을 수도 있어요. 어찌보면 우리가 정말 두려워하는 죽음은 바로 죽음 직전의 고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도 끔찍한 고통의 순간을 견뎌내야 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죽음의 고통은 많이들 상상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상상해 보신 적이 없을 것 같네요. 잘 지내던 자궁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어머니의 질을 통과해야 하고, 한 번도 숨을 쉬어본 적이 없지만 폐에서 양수를 다 토해내야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방법들 중에는 이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운 방법들이 많아요.


사는 것은 죽음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에요. 매일같이 지구라는 거대한 질량이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에 저항해야 해요. 책임감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십년이 넘게 공부를 해야 하고, 그러고 나서도 게으름을 이겨내고 직장에서 일을 하죠. 기본적으로 지구에서 생존하는 것만 해도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가끔 너무 큰 삶의 무게를 이기기 힘들어, 찰나의 고통을 견디고 평안을 찾고 싶어본 적이 있으시다면, 차라리 그게 상당히 정상적인 생각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삶은 그렇게도 지독하게 값을 치르기를 원하는 만큼, 끝내주는 것들을 제공해요. 몇년간 끊임없이 노력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님의 언어를 쓸 수 있게 되죠. 언어가 얼마나 복잡한지 생각해 본다면 이건 상당히 큰 업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우리는 친구를 만들고,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부모님께 자랑하고, 직업을 갖고, 사랑을 하고, 심지어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혹시 길가의 나무를 자세히 관찰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얼마나 복잡하고 아름다운 분자들의 조합인데요. 그런걸 우리는 매일 구경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삶은 죽음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만큼의 가치가 있어요.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가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자살 예방 센터 : http://www.spckorea.or.kr/

작가의 이전글 죽음을 넘어서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