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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현 Oct 07. 2022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투수, SNS

저희 가게는 경춘선 숲길 뒷골목에 있어요    

 

우리 가게는 뒷골목에 있습니다. 식탁이 10개로 규모가 작고 동네에 흔히 있는 부담 가지 않는 식당이에요. 버스나 자가용이 지나가는 길에서 저희 가게는 보이지 않아요. 제가 아무리 맛있게 하려고 애쓰는 것도 일찌감치 일어나 문을 열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도 좋은 재료를 정성껏 손질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도 사람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희 가게 단골손님이 좋은 소식을 알려줬어요. 제가 SNS라는 구원투수를 만나게 된 계기입니다. 


“노원구 소기업 소상공인회라는 게 있는데 들어가 볼래요?

지금 4기를 모집한다고 합니다.”    
  







SNS라는 천상의 동아줄, 구원투수를 영접하다


그분 덕분에 지인 추천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아귀찜 식당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부동산, 꽃집, 인테리어, 뷰티, 마사지, 보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과 인연이 되었어요. 

또 전체 소상공인들을 이끌며 사무국장을 하시는 교수님과도 만나게 됐어요. 그 교수님의 하시는 일은 교육사업과 상공인들 마케팅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과 대화를 하는데 마치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는 것 같았어요. 우리 가게를 알릴 방법을 알지 못하였는데 그 줄을 잡고 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척 반가웠어요. SNS라는 천상의 동아줄, 구원투수를 접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신세계인 그 줄을 잡는 것도 어려웠고, 붙잡고 올라가는 건 더더욱 어렵더라고요.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아요. 배우는 것도 어려웠지만 생계를 밀어놓고 해야 하는 일이라서 더더욱 버거웠지요. 수업이 있는 날마다 제가 가게를 비워야 했답니다. 지금처럼 줌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었 거든요. 몇 안 되는 사람으로 식당을 꾸려갔기에 공부를 하기 위해 가게를 비운다는 건 용기가 필요했어요. 저 없이 가게가 운영된다는 것이 불안해 공부하러 가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공부하려면 저를 대신하기 위해 그때마다 누군가 매장을 지켜 주어야 했습니다. 최소한의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찾아야 했어요.  

제 수업이 없는 날을 직원이 휴가를 내도록 했어요. 제가 없더라도 직원이 가게를 지키게 했지요. 그것조차 사실은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손님이 저를 찾으면 “오늘 수업이 있으세요.”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가게문을 나섰습니다.  

드디어 마케팅 교수님 수업을 용기 내어 시작하게 되었네요. 그 문턱을 넘기가 얼마나 어렵던지요? 수업이 있던 날 오셨던 손님들이 “지난번에 왔는데 안 계시던데요?”라고 아쉬워했어요. 그럴 때면 “죄송해요 저 없을 때 오셨구나! 제가 공부하는 게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죠. 학교 갔다 오면 가방 던져 놓으며 엄마를 찾듯이 손님도 사장인 저를 찾으시거든요.       

   


꺾어진 백쉰이 넘은 나이에 공부는 무슨?     


오십 세가 넘은 나이에 무슨 공부?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스렸어요. 

어렵게 시간 내서 공부하는 거니까 열심히 해야겠다고요.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로 하는 것이니 이해가 되는 듯했어요. 수업을 들을 땐 알 것도 같았어요. 그런데 돌아서면 이내 까먹고 들은 걸 실행하라고 하는데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거리는 어찌나 멀던지요. 

컴퓨터와 디지털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한번 듣고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죠.

눈과 귀만으로 공부하는 것 같았어요. 옆자리에 고깃집 하신다는 남자 대표님은 처음 수업이라고 하시는데 참 잘도 따라 하시더군요.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가르치는 교수님 못지않길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지요. 

“어머나 어쩌면 그렇게 잘 따라 하세요”라고 여쭤보니 식당 하기 전에 IT회사에서 근무하셨다고 했어요. 부러웠습니다. 같이 수업 듣는다고 해서 출발점이 같은 건 아니었어요. 출발점이 같아 보일뿐 다 다르다는 걸 깨달았지요.  

“나도 진즉에 컴퓨터를 배워 놓았으면 좋았겠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해는 져서 어둑어둑한데, 나만 쳐지고 못 따라가나 싶어 우울감이 밀려왔어요.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했어요.



= SNS를 잘 따라 하지 못해 내 마음엔 비가 내리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요/ 출처 pixabay

     


“컴퓨터 관련 계통에 종사하지 않은 내가
 컴퓨터 다루는 게 서툰 건 당연하지!
맨땅에 헤딩이다. 어쩌겠어.” 


    

이렇게 제 마음을 다스리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요. 이제 시작이니 차근차근 가야 할 밖에요. 옐로 아이디라는 걸 공부했어요. 그게 지금의 플러스친구인데 배울수록 “와~ 저거 하면 좋겠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플러스 친구를 하려니 우선적으로 되어야 하는 게 사진 저장하는 거였어요. 저장한 위치를 기억하고, 그런 다음에 플러스친구 발행하는 플러스친구 관리자 글에 넣는 것이었어요.    

 


“와 이것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 우리 가게를 알릴 수가 있다니, 이게 웬일인가 싶었지요. 

신문명에 그저 꿈만 같았습니다. 기대감과는 달리 폴더와 파일의 개념도 모르겠고 사진을 어딘가에 두었는지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어요. 헷갈리기 일쑤였지요.

컴퓨터를 이렇게 만지다가 잘못해서 고장이 나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구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또 얼마나 많았게요? 오십이 넘은 아줌마가 컴퓨터와 SNS를 다루어 보겠다고 질문하는 것 또한 창피하고. 이해를 못 해 못 따라갈 때면 울고 싶어 졌어요. 다시 물을 때는 용기가  많이 필요했어요. 꼭 배워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지요. 절박한 마음 간절함이 있을 때는 몸과 마음이 하나 일 때인 듯해요.  간절함을 뚫고 간신히 산 하나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배울 때를 회상해보니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플러스 친구에 글 하나 쏘아 올리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플러스 친구에 글을 하나 올렸어요. 우리 집 파전 사진을 올리고 고객의 니즈를 담은 간략한 정보도 안내했어요.      


안녕하세요? 

신가네 칼국수입니다. 비가 오네요. 

코로나19가 평범한 우리 일상을 가져가 버렸어요.

숨 쉬는 것처럼 당연히 여겨진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평범했던 그날들을 이제야 뼛속까지 감사함을 전합니다. 

댁에서도 신가네 파전을 드실 수가 있어요.

배달의 민족을 이용해 보세요.”

라고 글을 썼어요. 





매장에 직접 오시기 꺼려지는 시기이니 “배달의민족을 '우리' 합니다”라고 전했어요.

플러스 친구뿐만 아니라 국숫집 가게 문 앞에도 크게 써 붙였어요.      


비가 많이 오는 장마에는
어젠 비가 억수로 많이 시원하게 오다가 종일 추적추적... 
제법 많이 오는 여름비를 보니
장마 이름값을 하는 것 같아요.
어제처럼 습도가 높고 더운 날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같이 맑은 날이 고마운 걸요^~^
3년 가뭄은 그나마 살아도  3년 장마는 못 산다고 해요
"후드득"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파전에 기름이 "톡톡" 튀는 소리가 연상된다고 해요. 
그래서 비가 오면 파전이 생각나지요...
신가네에서 오늘 파전을 즐기세요.

라고 글을 써서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파전에 동동주를 연상할 수 있도록 보냈습니다.    


 

지금 마음이 우울하신가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보세요.
"내가 파전에 동동주 사줄 게 나올래?"해보세요.
파전 드시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왜냐하면 수다로 날아갔거든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해볼까요?
친구와 함께 지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파전에 동동주 한잔을 기울이며
소확행을 하는 행복한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신가네 플러스 친구에게 톡을 보내면서...




이렇게 글을 써서 사진과 함께 플러스 친구 맺은 분들께 카톡으로 보냈어요.     

플러스 친구에  올린 글쓰기는 저의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마음을 애써 먹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뒷골목에서,  국수가게를 하고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지요. 지금은 어느새 플러스친구가 3225명이 되었습니다. 고마운 것은 저의 마음을 고객이 알아주신다는 것이에요. 단순히 장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마음에 간절히 스며들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강의 섭외가 들어왔어요     


소상공인에 스터디라는 동아리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11월에 플러스친구 강의를 부탁하더라고요. 컴퓨터와 SNS 하기엔 좀 많은 나이인데 노력을 하니까 지금처럼 성공을 했다고. 언감생심 강의라니요? 이런 마음을 먹었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희망을 전하라는 거 겠지요. 



강의를 하려면 PPT를 띄워서 하던 데 한 번도 안 해 본 강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참, 파워 포인트가 PPT랑 같은 말인 줄 이번에 알았네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처음 플러스 친구 할 때처럼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를 회상하면서 용기를 내려합니다. PPT 걸음마를 떼려 합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서툴고 부족하지만 60살이 다된 저도 하니까 해보시라고 떨리는 마음을 그대로 전해보렵니다.      



처음의 저처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는 소상공인이 있다면, 
홀로 하는 1인 자영업자가 있다면,
처절하게 빚에 눌려 힘든 상태라면,
현실에 지쳐 한줄기 빛이라도 찾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순정한 저의 떨림을 마음에 담아 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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