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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Nov 24. 2023

알아차림 클럽

새벽 4시 40분 명상, 요가, 아침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요를 찾아온 사람들

4시 40분, 오늘도 밤과 새벽의 경계 사이를 스르륵 밀고 들어와 침묵으로 방석에 앉는 낯선 사람들을 본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1. 4시 40분 명상

2. 5시 50분 요가

3. 7시 아침밥

참가비는 없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수련을 하러 찾아간 요가원에서 소영을 만났다. 요가 수련이 끝나고 찻자리에서 일전에 다녀온 명상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영은 나의 명상체험이 흥미롭게 들렸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출근 시간 때문에 서둘러 일어나면서 대화의 끝머리에 클럽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가볍게 새벽 명상하러 오세요' 라며 작별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주말에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소영의 메시지였다. 

'명상하러 가도 될까요? 케빈과 수경도 명상을 하는데 같이 가도 되나요?'

'네 오세요~'

나는 그렇게 월요일 새벽 5시에 소영과 잘 알지 못하는 소영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파트너에게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새벽에 새벽클럽을 시작할까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역시나 ISTJ 성향의 파트너는 멘붕에 빠진 얼굴로 너무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음 그러면 안 한다고 다시 전할까?'

'하고 싶으면 해.'

'응 그럼 오라고 할게.'

올빼미형 인간으로 나는 왜 새벽에 함께 명상, 요가, 밥을 나누자고 말했을까 하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 2시 30분, 3시, 3시 30분, 30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선잠을 자듯이 4시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찻물을 끓이고 함께 명상할 방을 정리했다. 딱히 초조한 마음은 없었으나 내가 잘 리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간밤에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침을 삼켜도 목이 바짝 말라서 목소리가 잘 나올지도 가늠이 안 됐다. 뜨거운 차를 목구멍에 연거푸 부으며 목소리가 잘 나와주길, 행여나 삑사리가 나지 말아 주길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5시가 되자 시간에 맞추어 소영과 소영의 친구들이 도착했고 나와 파트너는 침묵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실내에 있는 조명과 외부 마당에 있는 조명도 끄니 검은 실루엣으로 밖에 안 보이는 사람들이 부처님처럼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낯선 5명의 사람들은 통성명을 사뿐히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숨을 골랐다. 


나는 아나빠나사띠(anapanasati) 들숨, 날숨, 알아차림 호흡을 바라보는 명상을 리드를 할 참이었다. 이 새벽 누가 누군지도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이 앞에 앉아 있으니 좀처럼 심장이 쿵쾅거려서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까지 들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숨이 차분해지기만을 기다렸으나 그 속도가 더딘 느낌이었다. 가까스로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오자 첫마디의 말을 하기까지 머뭇거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라는 말을 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했으나 들어오는 숨에 '고'를 할까 나가는 숨에 '고'를 할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나의 호흡은 길을 잃은 것처럼 점점 얕아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 와중에 나는 나의 톤이 어떤지 나의 목소리는 어떤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장 나다운 낮은 목소리로 몸, 의식, 자연이 연결되어 있는 톤으로 리드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지배했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첫마디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들숨, 날숨을 딱 3번 알아차리고 리드를 한다.'라고 스스로에게 권고장을 내밀었다. 다행스럽게도 3번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동안 생각이 들지 않았고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라는 첫마디의 말을 시작 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내가 어떤 톤과 어떤 멘트로 리드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리드의 말이 끝나고 난 직후 나의 심장이 매우 쿵쾅거렸던 몸의 느낌만이 남아있다.

 

무엇이든 첫 시작은 여전히 생경하고 어색하고 쿵쾅거리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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