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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Feb 20. 2024

30대 후반 중년이 동성애 커밍아웃하면 생기는 일

[경수네 이야기 1]

https://youtu.be/aQghJKd-zHY?si=hJRX3AAEwsbZtE3c
(영상이 편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40대 레즈비언에 가까운 양성애자이자 동성 파트너와 3년째 동거중인 윤경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작성하게 된 된 계기는, 저 처럼 나이가 30대, 40대가 되어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중년의 레즈비언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또 저처럼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양성애자였지만, 퀴어 커뮤니티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쪽 커뮤니티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가 저처럼 늦게 정체화한 사람도 잘 만나본 적이 없어요. 또 애인도 벽장생활을 오래해서 이쪽 사람들과 잘 교류가 없고요. 그래서 답답한 놈이 우물 판다?는 느낌으로 컨텐츠를 제작해 보기로 했어요.   


유투브에 북미쪽 레즈비언 중에서는 ‘lesbians who came out later in life’ 라는 주제로 컨텐츠를 올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외국에는 저 같은 사람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만나기가 힘들어서 제가 글을 올리면 저 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한번 올려 봅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40대 초반이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애인과 만난지는 3년째이고, 동거한지는 2년정도 되었어요. 사실 지금 사귀는 애인이 제가 가장 진지하게 사귄 생물학적 여성이고, 그래서 저는 제 나이 38살에 제 가족과 주변 지인, 친구들에게 커밍아웃 했어요.    


오늘은 제가 어떻게 양성애자로 커왔고 레즈비언으로 정체화 했는지를 주로 할 건데요. 제 커밍아웃 이야기를 할겁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다 시피 양성애자로 오래 살았는데요, 실제로 여자에게 끌린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꽤 오래 된 것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때 같은 동네 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제가 좋아했고, 또 한번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레슬링 놀이라는 걸 했는데, 그때 두근 거렸던 감정이 잊혀지지가 않거든요. 저는 그 친구가 제 첫 끌림이라고 생각해요. 첫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요.    


그리고 저는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제가 다닌 여고가 레즈비언문화가 유독 발달한 독특한 학교였던 것 같아요. 짝언니 짝 동생 문화도 있었고, 동아리 선후배 관계도 그런부분이 많았고, 친구들끼리도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하고, 또 사귀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그런 분위기 였어요. 그때 고2때 제가 누굴 좋아했었는데 그게 진짜 제 첫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하얗고 키크고..그 친구만 보면 제가 너무 설레서 말도 못하고 끙끙 댔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저는 그 친구와 고백을 하지 못했는데, 다른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정도로 학교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제가 고3 여름방학때, 저랑 가장 친한 친구 집에 간적 이 있는데, 그 친구 집에 다락방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집에서 자주 자고 가기도 해서 그 날도 자고 갔는데, 새벽 어스름쯤에 우리 둘다 깨서 킥킥 거리다가 그 친구가 제 몸을 만지더라고요. 그때 제가 그게 싫지 않고 좋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그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요. 나중에 잠깐 사귀기도 했어요.    


대학교 가서 참 혼란 스러웠던 것 같아요. 제가 전공한 분야가 여초여서 여학생들이 많았고 여중, 여고같겠거니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뭐가 다르나면, 친구들이 다 하나둘씩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리고 여자친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해야할까. 그때 정말 큰 상실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도 홧김에 남자를 두명 ? 만났었는데, 둘다 3개월도 안갔고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왜 여자친구들에게 제가 순위가 밀리는지 그때 많이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왜 나는 남자들과 그 친구들처럼 잘 지내지 못하지?이런 고민도 했었고요. 이것들이 취업고민하고 섞여서 처음으로 사회불안 증세같은 것을 겪기도 했어요.    


그리고 취업한 뒤 오랫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남자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 100명은 만나지 않았나 싶은데...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거의 3개월 안에 만남이 끝나더라고요. 딱 한 친구와 1년정도 만났는데, 그 친구 얘기는 다음에 해드릴게요.    


간간히 여자들에게 반하기도 하고, 또 나서서 앱을 써서 만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탑엘이라는 앱으로 한 두분 만난 것 같습니다. 오래 만나진 않았고요.   


그러다가 제가 2021년 즈음에 한 작가님의 페미니즘과 레즈비어니즘 기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아, 내가 레즈비언으로 살아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당당하게 살아갈수 있고 이렇게 사는 것도 충분히 지속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듣던 수강생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저희 집을 기반으로 레즈비언 부트캠프 같은걸 1년 정도 했습니다. 다들 20-30-40대의 페미니스트 여성인데, 레즈비언이 되고자 수련을 한 거죠. 그때 이야기도 참 재밌는데, 다음에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안에 제가 직장에서 성관련 트라우마를 겪어서 심리상담을 오래 받고 있었는데, 심리상담사 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동성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ZOE라는 앱을 써서 현재 파트너를 만났어요. 애인과 6개월즘 사귀고 동거하기를 결심하고 그때부터 가족들에게 알리고,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심지어 직장동료들에게도 알렸습니다. 그때 김규진씨에게 심하게 감명을 받아서, 제가 업계 최초의 오픈리 레즈비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다른데, 이 것도 다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 하고 쭉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어떠 신가요? 댓글을 달아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다음에는 직장에서 커밍아웃하고 생겼던 일, 또 가족과 있었던 일, 또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차이점, 또 레즈비언으로서의 포부와 계획? 등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비슷한 과정을 겪으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은 꼭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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