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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03. 2023

2년 차 직장인, 요가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시작과 계기, 그리고 마음먹기까지.

요가강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잘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쩌고 뜬금없이 요가강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시작은 우울이었다.


언젠가부터 우울할 때면 나는 요가를 했다. 꾸준히 해오진 않았지만 그 옛날 초등학생 시절, 엄마 손 잡고 따라갔던 요가원에서의 기억은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복잡할 때, 우울할 때, 해이해진 나 자신을 다잡고 싶을 때 꼭 한번 리마인드 되어, 다시 또 요가를 찾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흔한 K직장인으로서, 자아의 실현보다는 부품으로써의 착실한 임무수행을 목적으로 한 삶을 살며, 이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나의 적성에 맞는 업무에 배정이 되지 않아서, 그리고 업무환경이 열악해서, 또 한 번 워라밸이 좋지 않아서라고 핑계를 대고, 푸념하며 한동안을 보냈다.

술독에 빠져살았던 나

퇴사하고 싶다, 입버릇처럼 외치고 다녔다. 그걸 위해 뭘 했느냐고?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부끄럽게도. 그렇게 회사를 싫어하면서도 그가 주는 달콤한 월급은 놓칠 수 없었다. 한 달에 삼백 몇십만 원이 통장에 꽂히는 건 더 이상 나에게 기쁨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었다. 파인다이닝을 가고, 몇백만 원짜리 옷을 사고, 기분 내키면 때때로 술도 사며 고생한 나에 대한 보상인양 카드를 긁어댔다.

머릿속에 빼꼼히 나오던 퇴사에 대한 생각은 이내 펼쳐질 처절한 현실에 풀이 죽은 채 마음속 저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선택한 나의 대안은 '이직준비'였다. 회사 인재상에 맞게 자소서를 쓰고, 만료된 영어자격증을 단기속성으로 따고, 또 하루 바짝 AI면접을 준비해 다른 회사에 합격을 하면, 분명 더 나은 환경 내가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퇴사를 한 뒤 원하는 회사로 이직한 동료가, 결국엔 주먹구구식 직무배정으로 이직을 했음에도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월급쟁이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는 이직이 나의 우울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 거란걸 어렴풋이 느꼈다. 남의 집 머슴으로 일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기를 바라는 것이 과욕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요가를 갔다

업무를 마친 뒤 매일을 꼬박 수련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업무로 인한 심적 압박도, 호흡 한 번, 아사나 한 동작에 떨쳐져 갔다.

매일 저녁 치열한 명상을 하며 깨달았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려면 누군가의 목표를 위해서 살면 안 되겠구나. 그들의 목표는 그들의 목표로, 나의 목표는 내 것으로 온전히 가져가며 내실을 다져야겠다고 말이다. 회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돌아가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굴레를 벗어던지는 대신 제대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햇수로만 따진다면 요가 15년 차. 잠시 멈춘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외면한 적은 없었다. 더 이상 요가 없는 내 인생을 상상하기 힘들다.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나에게 당연해진 요가로 하여금 내 인생의 2막을 그려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라는 내 인생의 콘텐츠로 말미암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실행해 보는 것. 나의 콘텐츠로 하여금 나의 능력을 다지고 함양하는 것.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생각을 바꾸자 그렇게 지루하던 회사 업무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더 뽑아먹을 수 있는 거 확실히 뽑아먹고, 내가 더 배울 수 있는 거 다 배워놔야지.

아직은 부끄러움이 남아있는 사람인지라 내가 요가지도자로서 어떤 삶을 그리고, 또 살아가길 원하는지 여러분들에게 다 보여줄 자신은 없다. 우선은 RYT200 요가 지도자과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조심스레 알린다. (5월 과정시작을 앞두고 열심히 수련 중에 있다.) 앞으로 더 빛날 요기니 윤슬을 기대해 주시라.


*RYT200 요가지도자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온전한 내 삶의 목표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 담아볼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이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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