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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삼이와 데븐이 Aug 17. 2023

시니어 진로수업2

"이 나이 먹고 뭘"

두번째, 시니어 진로수업
시니어 수업은 매번 주말 수업이며, 지방에 있는 학교로 출강을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즐기지. 애시당초 지방을 가는 이유가 일이고, 동시에 여행도 할 수 있으니까.

이번 수업은 강원도 속초의 방송고등학교였다.  
지난번보다 인원수가 다소 많은 20명 가량의 인원이 참석했으며,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했고 베트남에서 온 두분이 계셨다.
설렜다. 지난번 시니어 진로수업 때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완해 수업을 준비해왔으며, 

시니어층에서 생각해봄직한 진로에 관한 질문을 잔뜩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이 수업시간은 내가 준비한 것들이 올바른 방향인지 그렇지 못한 방향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컴퓨터실에서 진행된 이번 수업은 총 두 교시로 구성됐다. 
첫번째 교시는 홀랜드 검사(홀랜드는 성격, 직업 검사의 한 종류이다)
두번째 교시는 검사결과의 해석이었다.

쉬는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고, 학생들이 컴퓨터를 켜며 검사 실시 준비를 시작했다.
검사를 하려면 학교홈페이지에 들어가 아이디/비밀번호를 치고 로그인을 해야한다. 
지난번 수업에서 얻은 교훈으로 학생들은 아이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기에, 
참석학생들의 아이디는 학교측에 요청에 뽑았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이디/비밀번호를 찾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그럼에도...인원이 지난번보다 많았기에 로그인에만 20분가량이 걸렸다.
다음 고비, 인터넷 문제다. 
로그인을 한 후 몇가지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나서 검사가 시작되는 시스템이었는데, 
인터넷이 느린 덕에 인적사항에서 검사시작까지 넘어가는데 또 적지않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인터넷익스플로어, 크롬, 웨일 등 여러 브라우저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들 입장에서 외계어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로만 들었던 기술정보 격차를 체감했다.)

우여곡절끝에 검사가 시작되었고, 읽는 문항을 읽고 답변하는 속도가 제각각이면서 또 빠르지 않은 편이기에 쉬는시간 없이 검사를 진행하였다. 베트남에서 온 분들은 구글렌즈(?)를 통해 실시간으로 해석하며 응답했다.
몇몇은 검사가 일찍 끝났고, 또 몇몇은 두번째 교시가 시작된지 10분이 지나도 검사 중이었다.
마냥 기다려드릴 수는 없기에, 강의를 천천히 진행할테니 검사를 실시하시라고 말씀드렸다.

결과해석 강의는 이론설명 위주이기에 학생들은 지루하게 느끼기 쉽다. 특히 영어가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 백분율과 같은 어르신이나 외국인에게는 낯선 단어가 많이 등장하기에 집중력을 잃기 쉽상이다. 그래서 쳐낼부분은 과감하게 쳐내고, 중요한 내용을 단순화하여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다행히 수업 내용은 다들 어렵지 않게 이해하시는 분위기었다.

이론수업은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고, 이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차례였다. 

준비해왔던 질문은 직업, 대학, 사랑, 연봉 등 카테고리가 다양했다. 흥미로웠던 것들을 정리하자면


1. 어르신들 배움의 목적은 아직 배움에 한정되어 있다.
:  그러나, 홀랜드 검사는 본인의 성격적인 강점과 그에 걸맞는 직업을 추천해준다. 결과를 해석하며 자연스레 직업 얘기가 나왔는데, 다들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에 대해 어느정도 흥미와 관심을 보였다. 다만 그들이 입을 모아 내뱉은 말은 "이 나이 먹고 뭘"이라는 자조섞인 말이었다. 수업장소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나이로 인해 미래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말들을 했지만,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내 입을 통해서 나왔던 말들 중 마음에 드는 말이 없다. 내가 어떤 말을 드렸어야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와닿을 수 있을까. 

2. 누구나 사랑받고 싶다.
: 가볍게 여쭤봤다. 기혼이시든, 미혼이시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좋은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압도적이었다. 

누구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다보면 사랑과 보살핌을 주는 쪽에 서게 된다. 그런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했다면, 자신도 보살핌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3.시니어는 일하고 싶다.
: 또 가볍게 여쭤봤다. '200받는 백수'와 '800받는 직장인' 중 어느 것을 고르시겠냐고. 질문을 하기 전 나는 너무도 당연히 '200받는 백수'를 선택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거의 모든 분들이 '800받는 직장인'을 골랐다. 주말도 없어요. 밤낮도 없어요 라며 선택지의 무게를 더해갔는데 그럼에도 직장인을 택하셨다. 
돈때문이었을까. 만약 200만원과 800만원이 어떤 값어치를 갖는지 아직 감이 안올 중고등학생들 같은 경우는 돈을 보고 선택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송고에 오는 어르신 학생들은 세상에 빠삭하다. 200만원과 800만원으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그것이 시간에 대비해 어떤 가치를 갖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1번에서 학생들은 나이를 말씀하시며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정작 아직 일하고 싶으신 것은 아닐까. 돈보다 중요한 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그 감각이 아닐까. 시간적 여유보다는 그 감각을 택하셨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나를 먼저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시니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창출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도전의식을 심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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