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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구 Jul 02. 2023

엄마 덕분에 오늘의 나는

7월 2일의 기록 


엄마는 평소 단 것을 즐기지 않는다. 커피와 곁들이는 비스킷도 나는 초코칩이 가득 박혀 있거나 크림이 듬뿍 묻어 있는 걸 좋아하지만 엄마는 아니다. 그냥 짭조름한 에이스 같은 과자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 엄마도 단 것을 기꺼이 먹을 때가 있다. 당이 떨어졌거나 그냥 단 것이 먹히는 날이거나, 그런 때.


어제는 아마도 후자였던 것 같다. 긴 비스킷 두 개 사이에 초코크림을 두껍게 얹은 과자를 먹다가 조금 잘라서 엄마에게 권했다. ‘뭐야?’하는 표정으로 경계 어린 눈빛을 보내던 엄마가 조심스럽게 과자를 받아 들었다. 오독오독오독. ‘음, 나쁘지 않은데?’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거 봐, 맛있지?”하고 손을 턴 뒤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뒤 거실을 가로지르는 나를 보더니 엄마가 “하나 더 줘 봐”라고 했다. 과자 곽 안에 하나 남은 과자를 엄마에게 패스했다. 빈 상자를 본 엄마는 “하나밖에 안 남은 거야?”라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뭐가 됐든 엄마는 내가 먹는 것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것을 미안해한다. 나는 “아니, 저기 상자 하나 더 있어”라고 답하곤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잠깐 엄마를 뒤돌아봤다. “우와.” 엄마가 포장지를 벗기고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과자를 입 속에 집어넣었다.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생각했다. 와, 나 지금 행복한 거구나. 행복이라는 감정은 늘 내게 추상적인 것, 즉 언어로만 존재하는 개념이었지 구체적인 감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행복했다. 엄마가 귀여웠고 그렇게 작은 것에 감탄하는 걸 보게 되어서 감사했다. 머릿속에 ‘와, 나 행복하다’라는 문장이 떠오르자 문득 감정이 벅차올랐다. 핑, 하고 눈물이 돌았다. 


아마도 엄마 덕분에 오늘의 나는 

조금 더 여리고, 조금 더 씩씩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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