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곧 능력?
힙함과 촌스러움, 트렌드와 클래식은 서로 상반되는 단어일까. 요즘 ‘문찐’이라는 단어를 보면 왠지 그런 뉘앙스가 느껴진다. 장난 섞인 농담의 어조라고 해도 트렌드를 모르면 찐따라는 뜻의 단어에 묘한 저항감이 발동한다. 내가 10대 그리고 20대일 땐 어땠더라, 혹시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었나 하며 자조하게 된다.
요즘은 유튜브나 커뮤니티의 유행 아니면 밈처럼 단기적인 흐름이 트렌드로 나타난다. 하나의 밈은 다양한 상황에 묶여 광고, 유튜브 자막, 예능에 할 거 없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하지만 밈은 사전 맥락 설명 없이 단어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들만 웃게 하는 불친절함을 가지고 있다. 개그라는 게 설명이 들어가면 이미 망한 것이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맥락을 이미 아는 사람들은 포인트를 잘 집어내고 센스가 있는 사람이니 배울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던 문장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버리니까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밈을 모르는 사람은 찐따인 것일까?
[에밀리 인 파리]라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미국의 힙걸 같은 주인공 ‘에밀리’가 나온다. 에밀리는 광고 대행사 마케터로서 패션부터 SNS, 생활 양식까지 모든 면에서 요즘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으로 자신 그리고 브랜드까지 적재적소에 보여주는 능력과 패션 센스도 다양한 포인트를 담아 일명 인플루언서스럽다. 하지만 그녀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사람들에게 촌뜨기로 불린다. 파리는 일명 ‘힙한’ 것들이 촌스러워 보이고 트렌드를 오히려 무시한다. 그들은 자신 본인의 삶의 태도와 클래식이 곧 멋이고 간지인 것이다. 에밀리는 그렇게 파리에서 촌뜨기로 무시당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멋있게 발휘해나가고 결국 파리 사람들에게 일정 부분 인정을 받게 된다.
사실 에밀리 인 파리는 로맨스 드라마에 가깝고, 대부분 파리 생활을 엿보기 위해 보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은 어쩌면 항상 궁금해하던 포인트를 해소한 기분이 들었다. 촌스러움과 힙함, 트렌드와 클래식은 사실 정의 내릴 수 없는 매우 주관적인 단어들이다. 요즘 일명 ‘추팔’(추억 팔이)이라며 유행하는 싸이 감성도 사실 나에겐 클래식에 가깝다. 스스로 ‘문찐’(문화 찐따)이 되었다며 조금은 뒷방 늙은이처럼 끌끌거리고 있었는데 이젠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본인의 클래식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트렌디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