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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의 본향, 체코 프라하

기억의 창고를 들추다

by 장인산 Feb 02. 2025


십칠 년 전 어느 봄날, 비엔나 남역(Wien Südbahnhof)에서 프라하 Holesovice 역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차창에 부딪힌 빗방울이 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간간이 정차하는 역마다 몇몇 승객이 탑승하더니, 프라하에 도착할 때쯤에는 객차 안이 승객들로 가득 찼다. 대략 세 시간 만에 프라하에 도착하여 플랫폼을 빠져나와서, 미리 연락을 해둔 지인 부부를 만났다.


예약을 해둔 숙소는 프라하 중앙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건물의 4층 민박집이었다. 민박집 내부는 아늑하고 편안했다. 1인실, 2인실, 4인실, 10명 넘게 들어갈 수 있는 도미토리 등을 갖춘 민박집은 예상 밖으로 규모가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60대 초반쯤의 자그마한 키에 영락없는 한국의 여느 아주머니 모습이었고, 함께 사는 딸은 30대 전후의 나이에 곱상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짐을 풀고 내일 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을 들기 전,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옷을 챙겨서 입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바츨라프 광장까지는 도보로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성 바츨라프(907-929) 기마상이성 바츨라프(907-929) 기마상이
프라하 구 시청 광장프라하 구 시청 광장
천문시계천문시계
카ㅡ까를교카ㅡ까를교
성 얀 네포츠무키의 동상성 얀 네포츠무키의 동상

바츨라프 광장은 광장의 동남쪽 끝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에서 번화가인 나프지코페 거리까지의 길이 750m, 폭 60m의 대로를 일컫는다. 바츨라프 광장 머리맡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의 현관으로 계단을 올랐다.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좌우 건물군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길게 펼쳐져있는 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박물관 바로 앞 광장에는  바츨라프(907-929)의 늠름한 기마상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10세기경 보헤미아에 기독교를 받아들인 보헤미아 공국의 군주로 체코의 민족 부흥 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추앙되고 있다. 이 광장은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체코인들의 민주화운동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광장 끝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프라하 관광의 제일 명소 중 하나인 옛 시청 건물과 천문시계, 그 동편 블타바(몰다우) 강 위에 놓인 까를교 등을 서둘러 둘러보았다. 이때로부터 10년쯤 전인 1997년에 처음으로 프라하를 방문했었다. 서유럽에 비해 덜 알려진 관광지였던 프라하는 그때에 비해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번잡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을 든 후, 프라하 성, 대통령궁, 로레타 성당, 황금소로, 성 비타 성당, 까를교, 천문시계 등 프라하의 대표적 명소들을 둘러보았다. 옛 수도원 지하 저장고를 개조한 식당에서 다크맥주와 체코의 국민음식으로 불리는 꼴레뇨를 곁들인 점심은 잊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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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라하 방문은 단체 버스투어였다. 브뤼셀 시내를 출발하여 룩셈부르크를 거쳐 독일의 트리에(Trier)에서 점심을 들었다. 독일 최고(最古)의 도시인 트리에에서는 성당 등 주변 건축물을 둘러보고, 야외 음악회도 잠시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도중에 뉘른베르크 근교의 Transma Hotel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밤 산책 마냥 노 가이드를 따라 시내 탐방을 하고, 그다음 날 정오경에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도착 후, 구 시청사와 천문시계, 세인트 메리(St. Mary's) 성당, 틴(Tyn) 성당, 구 시가지 광장의 얀 후스(Jan Hus) 기념상, 유태인 순자교 묘역과 거주지 등을 쉴 새 없이 둘러보았다. 결혼 후 40년을 함께 살았다는 스코틀랜드인 노 부부와 커피를 들며 담소하던 기억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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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 이틀간 성 비타 성당, 카를교, Pilgram's 성당, 대통령 관저, 옛 성의 골목길, 바츨라프 광장, 성 니콜라스 성당, 민속마을 등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민속춤 공연을 관람하는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브뤼셀로 돌아오기 전날 밤, 몰다우 강 유람선에서 무한반복 이어지는 스메타나(1824-1884)의 ‘아름다운 몰다우’ 곡 바이올린 선율에 어우러져 춤추던 노부부들, 그때의 감흥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지 싶다.


프라하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온다면, 블타바 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테라스 앉아서, 흑맥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아름다운 몰다우'를 감상하고 싶다. 호젓한 봄이나 계절 좋은 가을날의 밤이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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