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꽃 Apr 18. 2024

화내도 괜찮아

화를 내고서 뿌듯함을 느낀 건 처음이다.

보통은 나 때문에 분위기가 싸해지는 게 싫어서 화를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내가 좀 참을걸 그랬다고 며칠을 후회하는데 이번엔 내가 화난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얘기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내가 예민한 건가..? 왜 기분이 나쁜 것 같지..?‘

한참 생각하다가 뒤늦게 무엇 때문인지 깨닫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후에야 그 말이 화낼만한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그때는 이미 화를 내기에도, 사과를 받기에도 늦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감정에 확신을 갖고 바로바로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고 그 깨달음의 시간이 하루, 반나절, 몇 시간… 점점 짧아지더니 이번에는 30분 만에 화를 낸 것이다.


화를 낸 후 박차고 나가는 나를 붙잡고 누군가는 “네가 이러면 다른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무겁겠느냐, 나는 그 말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서 지금 너무 놀랐고 그런 걸 보면 네가 예민한 상태인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나의 기분 나쁨에 남들의 기분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당연히 마음이 무거워야지,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했으면. 그래서 화를 내고 나온 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후련했는데 그 이유도 나중에서야 깨달아서 이렇게 적어본다.


“예쁜 네가 참아.”

나는 이제 참는 사람이 아니라 화낼 땐 화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Flex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