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호 Nov 20. 2020

S# 21 솔라니와 벨조쟁이

(서귀포의) 주요 수산물은 어린 돔, 어린 상어, 자리, 전복, 해삼, 미역 등이고 어린 돔이 가장 많다. 일 년 내내 어획한다. 자리그물 2통, 어린 상어잡이 자망 6통이 있다. 

-『한국수산지韓國水産誌』 3집 4장 1911년 조선총독부 농공상부 출간

『한국수산지韓國水産誌』 는 조선총독부 농공상부 수산국에서 전국 연안 도서, 하천, 수산에 대한 실상을 1908년부터 1911년에 걸쳐 조사해 기록한 보고서다. 특히 제주의 전통 어로기법과 염장법, 가공법을 소개하고 있다. 멸치잡이, 자리돔잡이, 오징어잡이, 상어잡이, 도미잡이, 잠수업, 제염업과 함께 각 마을의 어장과 어업규모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1960년대 서귀포항 전경 / 출처 서귀포시지


제주를 대표하는 말한다면 아마 육지 사람들은 옥돔을 떠올릴 것이다. 만약 같은 질문을 제주사람에게 한다면 답은 다를지도 모른다. 옥돔 대신 자리 또는 방어라는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갈치나 고등어, 멸치 등도 많이 나긴 하지만 제주만의 어종은 아니기 때문에 제주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제주는 계절마다 바다마다 때로는 어선에 따라잡는 어종은 다양하다. 서귀포 역시 철 따라 잡히는 어종이 다르다. 앞에서 인용한 백 년 전 기록을 보면 현재와 많이 다르지는 않다. 자리나 돔은 여전하고 어린 상어는 다소 낯설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굳이 제주를 대표한다면 옥돔과 자리로 후보가 좁혀지는데 나는 자리를 대표 선수로 꼽고 싶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에 집중적으로 잡히는 자리는 제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어종이다. 돔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커봐야 손바닥만 하다. 그물로 잡기 때문에 '자리를 뜬다'라고 할 정도로 잡히는 수도 많다. 봄철이 잡은 자리를 제주 사람들은 젓갈로 담거나 뼈째 잘게 쳐서 물회로 먹는다. 세꼬시로 먹는 맛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자리는 석쇠에 통째 구워 술안주로 먹기에도 좋다. 제주 북쪽 바다에선 자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제주만의 별미라 할 수도 있다. 반면 옥돔도 제주 사람들에겐 친숙하지만 이름값처럼 귀한 데다 자리처럼 만만한 값이 헐한 편은 아니다.

자리돔 


육지 사람들이 제주에 오면 즐겨 찾는 횟감으로 벵에돔이나 감성돔, 돌돔, 다금바리 등이다. 낚시로 잡아야 하고 양식도 안되기에 귀한 편이다. 시장이나 횟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참돔과 황돔, 붉돔 그리고 염장해서 반 건조한 옥돔이다. 옥돔은 워낙 생김새가 특이해 다른 것들과 쉽게 구별된다. 제목에서 소개한 '솔라니'가 옥돔을 제주에서 부르는 말이다. 이름에 '돔'자가 들어가긴 하지만 참돔처럼 오리지널 도미는 아니다. 생김새부터 다른 돔류와 딴판이다. 옥돔은 농어목에 속하고 놀래기 류에 가깝다고 한다. 살은 수분이 많아 무른 편이라 대구처럼 꾸덕꾸덕 말려 먹어야 살도 단단하고 감칠맛이 나면서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슈퍼나 농협에서 살 수 있는 옥돔이 등을 따서 반으로 펼쳐 반건조 시킨 후 진공 포장한 것들이다.


옥돔 

겨울철이 제철인 옥돔은 성질이 급해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죽는다. 배낚시가 아니면 횟감으로 구경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옥돔회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도 없고 풍문으로만 옥돔 회의 맛을 들을 뿐이다.

얼마 전 문상을 갔을 때 국으로 미역국이 나왔다. 보통 미역국과는 유달리 맛이 깊어 물었더니 옥돔 미역국이라 했다. 제주사람들은 옥돔을 넣고 푹 끓여 낸 옥돔 미역국을 산후조리 음식으로 쳐준다고 한다. 또한 말린 옥돔을 넣고 푹 삶은 후 뼈만 발라내 쑨 옥돔 죽을 보양식으로 먹는다. 옥돔 아니 '솔라니'는 제주 사람들에게도 특별히 사랑받는 귀한 몸인 것이다.

다음 소개할 물고기는 벨조쟁이다. 제주말로 황돔을 벨조쟁이라 한다. 참돔, 황돔, 붉돔 이 세 개 돔이 생김새가 비슷해 얼핏 보면 구별되지 않는다. 횟집에서 주로 파는 횟감이 참돔인데 잘 모르는 사람에겐 그냥 붉돔이나 황돔도 참돔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붉돔이나 황돔이 참돔에 비해 맛이 떨어지거나 값싼 어종이란 뜻은 아니니 속았다는 생각은 하지 말길...굳이 참돔을 두고 벨조쟁이, 즉 황돔을 제목으로 뽑은 이유는 1920년대 서귀포가 황돔 어업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황돔 어업 : 황돔도 연안 각지에서 생산되는데 도민들은 보통 연승어선으로, 내지인은 석유 발동기선으로 거룻배 7,8척을 싣고서 본도 서귀포를 근거로 하여 멀리 난바다까지 출어, 연승어업을 하고 있다. 어획물은 선어 수송 업자의 손으로 네지로 빙장 수송된다. 어기는 4,5월 두 달과 9,10,11월 3개월을 성어기로 한다.   

- 『미개의 보고 제주도 未開의 寶庫濟州島』 1923 구로이타黑板 


연승어업

위 기록에 따르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황돔의 제철인 셈이다. 황돔은 이름처럼 참돔이나 붉돔에 비해 조금 노르스름한 색을 가진 게 특징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는 참돔, 붉돔과는 달리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남방계 어종이다. 제주도에서 많이 난다는 의미다.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활어로는 보기 어렵고 선어로 시장에 나온다. 다 큰 것도 40cm 남짓해 참돔에 비해 작은 편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참돔처럼 팔리기도 하는데 참돔에 비해 오히려 비싼 데다 자연산이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은 없다. 황돔의 맛은 작지만 고소한 맛이 있다고 한다. 살은 수분이 많은 편이라 무른 편이다. 제철(가을)에 살이 더 단단해지고 지방이 올라서 맛이 좋아진다.


황돔 

다음은 '바다의 미녀', 바다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은 참돔이다. 보통 사람들이 도리라 하면 참돔을 말한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권에서 귀한 생선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명성만큼이나 맛도 훌륭하다. 참돔은 몸길이가 무려 1m 무게는 10kg까지 성장하는 대물이다. 어류 중에는 드물게 장수하는 편으로 길게는 30~40년까지 산다고 한다. 제주도 어느 횟집에 가도 참돔이 있을 만큼 인기가 높아 예전부터 양식을 했다. 일반적으로 횟집에서 먹는 참돔은 대부분 양식으로 보면 된다.


참돔 


마지막으로 붉돔이다. 생김새나 색깔은 참돔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잘 보면 등지느러미 앞쪽 가시 2~3가닥이 길게 자라있다. 그리고 머리 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으며 아가미 뒤쪽이 피가 고인 듯 짙은 선홍빛을 띈다. 실제 비교해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황동과 마찬가지로 다 자라도 50cm 내외다. 주로 낚시로 잡으며 맛은 참돔에 비해 무르고 감칠맛이 떨어져 한수 아래로 평가받는다.


붉돔 

(어류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아래 블로그를 참조했습니다. 더 깊이 있는 어종 소개를 보려면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길)

미스터 S의 in & out https://blog.naver.com/gy57927


매거진의 이전글 S# 20 소라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