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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Mar 20. 2022

봄, 해독할 수 없는 언어

Jim Chappell의 자장가




아침.

커피와 time after time.

해독할 수 없는 언어.


봄.

그 날의 봄처럼.




기억은 인지 안에서만 살아있다.

현재의 죽음이 곧 기억이라면,

내가 그것을 잊는 순간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


이미 죽은 것을 붙들고 있을 뿐.

놓으면 흘러가 버리는,


기억할 수 있을까,

그 날의 봄을.




기록.

마음을 담아 기록하였다.

잊지 않으려면

되새기고 되새겨야 한다.


안 그러면 잊힐 테니까.

내가 잊으면

누군가는 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게 두려워,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내 세계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것이 슬퍼서.


그것이 미련이라 부르는 것일까.

대체, 얼마나 많은 조각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그게 때로는 슬퍼서.




jim chapell, lullaby.

평온, 안식, 영원.

아르투어.


머리는 이해하지 말라고 거부하는데,

가슴이 이해를 해버렸어.


그래서 가슴이 이해를 하는 게

가장 무서운 거야.

그게 왜 무서운 건지 알고 있어서

그것을 반드시 조율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아.




다른 차원을 인식할 수 있는 피드백회로가 없어서

우리는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안다.

그런데 고양이도 그럴 걸.

고양이에겐

고양이가 보는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라는 것.


칼 융의 동시성이라는 거,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무엇일 거야.

물자체야.

하지만 존재하지.

인식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고양이도 인간처럼,

차원 밖의 세계를 꿈꿀까?

거기에 도달하면 무엇이 있을 것 같은데?


無, 공허함.

만약 그런 거라면 판도라가 열린 거지.

한 번 열면 돌아갈 수 없어.




살아온 맥락에 따라

경쾌한 자는 경쾌함을 볼 것이고

심연을 건너온 자는 심연을 보겠지.


시라는 게 그렇지.


아르투어는 고통을 보았고

릴케는 고통을 담았다.

릴케는 아름답지 않아.

그것은 고통이고 처절함이었다.


하나의 본질을,

그 둘은 다른 언어로 표현했을 뿐이다.




봄은 또 오고

잊히고 새로운 것을 담아가며

봄은 또 온다.


그것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 같아도

봄은 언젠가 끝이 난다.


매 순간은 부존재에 대한 투쟁이란 것을,

그래서 매 순간은 기적이란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어서


죽음 앞에 가서야

나의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알고 보면

내가 지금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인 건데.

존재의 발생이

필연이 아닌, 우연이었더라도 말이다.

그러하기에 더욱이 기적이겠지.




삶에 초연해지길 바라지만,

그것은 아름답지 않다는 거.

본질을 본다면

판도라를 열고 싶어 하지 않겠지.


초연은 철저한 무관심이다.

가슴이 동요하질 않는 거.

세상이 눈 앞에서 흑백필름처럼 흘러가는 거.

관조자, 한편으로는 spectator.

그 세상이 아름다울까.


그래서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세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축복이며, 삶을 지탱해가는 근원이다.

오늘의 아침을 보고

오늘의 커피를 마시고

커피에서 온갖 인생의 맛을 보고.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보고 나서

미각이 무뎌져서

더이상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리면,

통각인 매운 맛조차 그리워지겠지.

통증 말이다.

고통.


사람의 몸에는

가장 고통스러울 때 움직이는 기관들이 있다.

그 기관들을 자유자재로 건드릴 수 있을 때

야생화가 나오고 송아름다운사람이 나오는 거.

그래서 그 소리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


그 기관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온 것일까.


그것을 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고통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

심신일원.

그래서 다른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것.

고통이 익숙하니까.

고통이 곧 삶이라서.


그것 또한 행복인 것일까?

maybe or not.





음악이 있어서 좋다.

음악은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감각이 어떠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음악이 어떠한 일을 해줄 수 있는지도 알게 되겠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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