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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호 Jun 09. 2024

우리는 자유로운가?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20세기 프랑스 지성사는 두 조류로 나뉩니다. 사회 구조가 인간을 규정한다는 구조주의와 인간의 능동적 본질을 강조한 실존주의가 바로 그것이죠. 구조주의자들은 소쉬르의 언어철학을 담지하여 사회학, 정신분석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과들을 포섭해 자신만의 담론들을 생성해냅니다. 예컨대 푸코, 알튀세르, 라캉, 레비스트로스 등이 있고 이들은 맑시즘의 지대한 영향 하에 사회주의 진영을 택해요.

 이들과 홀로 맞서 싸웠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를 제창하며 등장합니다. 실존주의의 가장 유명한 테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것은 바로 인간 실존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강조한 테제이고 당시 세계대전의 정황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인간성을 밝히고 그로부터 소외된 주체의 능동성을 복고하는 철학으로 정립합니다.


 신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는 누가 보증해주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사르트르는 바로 우리 자신을 지목해요. 그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에서 이렇게 기술하죠. “신이 없다면 무엇이고 허용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존주의의 출발이다.” 그렇기에 사르트르에 따르면 인간은 선천적 자유를 획득합니다. 근데 이 자유라는 것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에요. 사르트르는 자유를 원죄와 동일한 맥락에서 바라보며 이런 테제를 남겨요. “인간은 자유되도록 선고받았다.”


 이 심오한 테제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는 것이 바로 이 글의 목적입니다. 인간은 자유를 지녀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옥죄고 있는 어떠한 형벌과도 같아요. 사르트르는 삶과 죽음을 이렇게 설명해요. 우리는 우연히 이 세상에 피투되어 죽음을 향해 기투하는 존재라고요. 쉽게 말하면 우리는 우연히 이 세상에 던져져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거에요. 그런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동시에 죽음에 도달하면 안되는 모순이 있죠. 그러니까 우리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지만 죽음에 도달해서는 안되고 그 반대로 생 그 자체로 돌아갈 수도 없은 채 그 중간 지점에서 열심히 노력하는거에요.

 이것이 바로 자유라는거에요. 우리는 매 순간 자유롭기에 매 순간 자유로운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우리가 태어나서 자유롭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자유롭기에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실존적 선택을 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너무나도 외로워요.

 사르트르의 또 다른 유명한 테제가 있죠. “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가 바라본 관계의 장은 들뢰즈의 것처럼 그리 긍정적인 것이 아니에요. 사르트르는 시선을 통해 그것를 설명하는데, 우리는 타인에게 시선을 줌으로써 그 존재의 층위를 밝히고 타인을 무화시킨다는거에요.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카페에서, 엘리베리터에서 정 중앙 자리를 기피한 채 구석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타인들의 시선 하나하나가 내 존재를 무화시키는 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고 이 끊임없는 시선투쟁에서 이겨야 자신의 존재론적 층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말하죠.

 즉 사르트르에게 있어 일상은 끊임없는 타인의 눈초리와 감시를 받는 감옥같은 공간이에요. 그럼에도 사르트르는 자살을 허용하지 않아요. 삶이 너무 힘들고 고되도 실존적 인간으로서 그 고된 삶에 기투하라고 하죠.


 이러한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는 당대 구조주의자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아요. 가장 전형적이고 형식적인 비판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유물론적 소여태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가”였어요. 사르트르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자유롭기에 그 무엇이든 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회는 우리에게 그것을 허용하지 않죠. 가족, 민족, 인종, 성별 등의 소여태들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삶에 피투되기 이전에 우리에게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들이잖아요.

 사르트르도 이러한 구조주의의 비판을 받아들여 결국엔 생애 후기에 공산당에 가입하여 맑시즘으로 귀화해요. 그 이후로 사르트르는 굉장히 투철한 공산당원으로 자신의 삶과 철학 이론들을 전개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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