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을 안하면 임신이 바로 될 줄 알았는데, 임신이 되는 건 성교육만큼 쉽지 않았다. 한달에 딱 한번만 임신이 된다니, 그간 내가 받은 성교육들은 라텍스 회사의 마케팅이었을까. 함께 임신을 준비하던 친구가 임신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부러움을 담아 농담삼아 던졌다.
"휴가 끝나고 내가 쌍둥이 임신해 온다!"
로또 맞게 해달라는 것과 같은 무게의 소원이었는데 진짜로 신이 우리에게 쌍둥이를 주셨다. 덕분에 직장에서 말하면 다 이뤄지는 능력자가 되었다. 사촌에 팔촌에도 쌍둥이가 없어서 잠깐 놀라긴 했지만, 어느 세월에 첫째낳고 어느 세월에 둘째 낳냐 하던 터라 성질급한 우리 부부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허나 이게 왠걸. 두번 할걸 한번에 한다고 좋아했는데, 두번에 나눠했으면 좋았을 것들이 자꾸 보인다.
생후 30일.
모유수유는 진작 포기했지만 분유라도 아가랑 눈 마주치면서 대화하면서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분유먹고 트름시키기까지의 과정은 40분 남짓- 먹이고 재워야하는데 또 한명을 먹여야하니 누군가를 울리지 않고서는 불가능이다. 결국혼자서 둘을 동시에 먹일 수 있는 쿠션을 찾아 젖병을 목에 걸어주었다.
한 명이 울면 또 한 명이 따라우는데, 조리원의 신생아실은 어떻게 조용했던걸까. 두 명 동시에 울음이 터지면 어느 놈을 울릴까 비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아니면 둘다 울어라 하고 자포자기를 하거나. 아이는 울음으로 어딘가 불편하다고 의사표현을 하는 건데 나는 누구도 양껏 만족시키지 못한다. 품이 하나라 안고 자는 것도 선택을 해야하니 이럴수가.
소변보는 횟수, 대변보는 횟수를 의식해본 적이 있던가. 작은 신생아는 어쩜 그렇게 배변 활동이 잦은걸까. 한 녀석의 기저귀를 갈고 나면 다른 녀석의 기저귀에서 특유의 신생아 응가냄새가 난다. 다른 엄마들이 응가 후 물로 씻겨줘야 하나를 고민할 때, 얼마까지 뒀다 씻겨도 될까를 고민했다. 적어도 한 아이 다 씻기고 입힐 때까지는 버텨주기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하루가 꽉 차게 흘러가니 넘치는 사랑을 주는 대신 가능한 사랑을 주게 된다. 나라고 내 품에 쏙 안고 모유를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각 잡힌 수면교육보다 전통방식의 밀착 육아를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루 2시간 남짓 쪽잠을 자지만, 가족 계획이 한방에 끝난 우리집으로서는 다신 안올 시간이니 그걸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