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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하 Sep 12. 2020

보리새우 차즈케

로산진의 오차즈케 시리즈 6

글 / 기타오지 로산진

번역 / 박소하



새우를 쓴 호화로운 오차즈케를 소개한다. 이것 역시 재료 자체에 맛이 크게 좌우된다. 특히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새우는 도쿄의 일류 덴푸라집에서 ‘마키(まき)’라 부르는 보리새우의 일종인데, 보리새우의 7~8할 정도 크기로 작으며 도쿄만에서 잡힌다. 요코하마의 혼모쿠 근처 도쿄만에서 잡은 마키 새우에 간장과 술을 10대 3 비율로 섞어 넣고 약한 불로 두 시간 정도 타지 않게 조린다.


이 새우는 누가 봐도 질이 좋은 고급 재료라서 한 마리씩 덴푸라로 먹어야 할 것만 같아, 웬만큼 경험 많은 미식가가 아니라면 시도할 용기가 내기 어렵다. 이런 재료를 조림으로 만들자니 아까운 느낌이 들겠지만, 일단 해보고 나면 그 보상으로 무엇보다도 맛있는 오차즈케 재료를 만날 수 있다. 바로 간장과 술로 제대로 조린 보리새우 조림이다.


다른 오차즈케 재료들처럼 뜨거운 밥 위에 조린 새우를 얹는다. 그릇이 작다면 반으로 잘라도 좋다. 그리고 뜨거운 차를 천천히 새우 위에 끼얹는다. 그러면 간장이 배어 나오면서 새우는 하얘진다. 그렇게 육즙이 흘러나와 그릇 속의 차가 수프로 변하면, 더없이 맛있는 음식이 된다.


어느 계절이라도 좋지만, 특히 입맛이 없는 여름에 이것을 대접받는다면 아무리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불만이 쏙 들어간다.


간사이 지역에서 잡은 새우는 별로고, 도쿄의 오모리, 요코하마의 혼모쿠와 히가시가나가와 주변에서 잡은 것들이 좋다. 이런 것을 맛볼 정도는 되어야 미식가라 할 수 있다.


미식가인 나도 덴푸라 같으면 스무 개 서른 개도 말없이 홀랑 먹어치울 수 있지만, 여기에 오차즈케라는 이름이 붙으면 묘하게 긴장하고야 만다.

illust by 토브(@tovemarine)



원문 / 車蝦の茶漬け,「星岡」,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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