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침잠하는 어느 겨울의 끝이었습니다.
매섭게 불어오던 바람은 서둘러 봄을 닮아가는데
봄기운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좁아진 마음은
아직 지난 계절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은 잔뜩 머금은 하루는 아무리 꼭 짜내도
다시 묵직한 슬픔을 삼키며 긴 긴 잠으로
어둑한 방 안 먼지 쌓인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가늘고 느린 숨을 조용히 뱉을 뿐.
슬픔이 가득 찰수록 입은 무겁게 닫히고
마음은 자꾸만 안으로 곱아들어 숨는다는 것도
볕이 가득한 날에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괜찮았던 어느 날의 기억이
한 줄기 빛처럼 내려앉은 곳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청량하게 정적을 깨트릴 때
주고받는 말 끝에 담긴 다정함이
옷자락 끝에 슬며시 붙어 따라옵니다.
위로라는 것은 어쩌면
끝없이 아래로 낙하하는 마음을
위로, 건져내는 마법의 주문일지도 모릅니다.
부디 내일은 창으로 해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당신의 방 안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