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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트 Nov 04. 2021

1001 Nights

@ Big Bad Boo

1. 졸업 후 처음 일을 시작한 곳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요. 회사가 어디라고 하셨죠?

   네, "Big Bad Boo"라고 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어요. 2010년 2월쯤, 졸업하고 학교에서 열심히 Fliping(플립핑)하고 있는데, 아! 플립핑이라는 것은 애니메이션 종이에 그린 그림 두세 장을 손가락에 각각 끼고 움직임이 제대로 그려졌나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때, 조교님이 오셔서 'Big Bad Boo' 스튜디오에서 ToonBoom Harmony (툰붐 하모니/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트레이닝 프로모션을 알려주셨죠. 그리고 바로 신청하고 출근 시작했죠. 사실 그때는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운다는 생각이 더 먼저였던 것 같아요.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라 처음엔 얼떨떨하고 신기했어요. 그리고 회사가 집에서 가까운 'Yale town(예일타운)'에 있었어요. 가는 길에 벚꽃이 만발한 봄이어서 출근길이 매일 꽃길을 걷는 기분이 실제로 일어난 것 같았어요.


2. 툰붐 트레이닝은 얼마 동안 받으시고 어떠셨나요?

   우선 학교에서는 졸업작품을 위해 스캔하고 컬러링 정도만 해서 정확하게 다룰 줄 안다고 할 수는 없었죠. 그런데, 회사에서 2주 정도 프로그램 교육을 시켜주고 바로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끔 한 거죠. 모든 툴을 다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것은 다룰 줄 알게 해 주었어요. 너무 유용했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아마 비용을 들여서 학원 같은 데서 배워야 하는 건데 회사에서 급여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 얼마나 운이 좋았던 건가 싶어요. 덕분에 이력서에 툰붐 할 줄 안다고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된 것이었죠.


3. 트레이닝 후 바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어요?

[좌] 캐릭터 빌드 구조 / [우] 캐릭터 빌드 완성

   네,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 처음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을 할 때 'Builder(빌더)'라는 Build artist 포지션으로 많이들 시작해요. 이는 가장 쉽게 접할 수도 있고 딱히 경력보다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돼요. 물론 애니메이션 기본 지식이 있으면 이해도가 훨씬 좋은 것은 당연하죠. 저도 빌드 아티스트로 시작했어요. 설명드리자면, 캐릭터를 애니메이팅 하기 위해서 캐릭터를 움직임이 있을 수 있는 파트별로 쪼개서 묶어준다고 해야 할까요? 머리-몸-팔-다리 정도의 크게 나눠진다고 생각하면 실제 작업에서 디자인을 바탕에 두고 머리는 hair-face-ear-eyebrow-eye-pupil-nose-mouth, 몸은 neck-shoulder-torso-pelvis, 팔은 왼쪽과 오른쪽의 upper arm-lower arm-hand, 다리는 upper leg-lower leg-foot(shoes)로 나누어서 그대로 그려서 각 오브젝트를 움직이는 기능을 주는 것이죠. 디지털 작업이다 보니 이런 포지션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 셀애니메이션에는 이 포지션은 없었거든요.

실제 애니메이션 사용 씬 (애니메이터의 작업]

4. 어떤 쇼에서 일을 하셨는지 궁금하니 그 쇼에 대한 이야기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1001 Night'라고 하는 쇼에서 캐릭터 빌더로 3개월 정도 일을 했어요. 사실 처음 그때는 쇼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볼 정도로 경험치가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때그때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욕 안 먹고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았던 쇼로 기억해요. 긴장하면서도 신나게 참여한 쇼기도 하고요. 짧은 기간이라 쇼 후반부의 에피소드들에 참여해서 일을 했던 거죠. 샤브남(Shabnam Rezaei)과 알리(Aly Jetha)가 공동 제작했던 쇼이고, 이들은 부부이면서 회사 대표들이죠. 쇼는 고전 이야기 천일야화, 흔히 제가 어릴 때 알고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이야기를 기본으로 해서 만든 TV시리즈였고, 스토리텔러 Scheherazade(셰에라자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캐릭터, 천일야화와 같은 형식의 애니메이션이죠. 이야기가 교육적인 콘셉트라 여러 시상에 후보에도 오르고 상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5. 캐나다에서 애니메이션 업계 처음으로 일을 하신 경험은 어땠어요?

   정말 행복했었어요. 애니메이션 업계가 불황이던 시기였기도 했지만 저는 2D 시장은 작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3D보다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거라 생각해서 공부한 것으로만 만족을 해야 하는구나 했는데 그렇게 일을 경험했으니 얼마나 신나고 좋았는지 몰라요. 일이 끝나고 나서 프로듀서(Charmaine Lazaro)랑 개별 미팅이 있었어요. 열심히 일 해줘서 고맙고 슈퍼바이저의 피드백도 좋았다. 아직 결정은 안 났지만 시즌 2를 하게 되면 또 함께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듣고 나니 드디어 이렇게 애니메이션 일을 캐나다에서 할 수 있구나 하고 희망적이었죠. 다만 그 희망이 금방 눈앞에 나타나진 않았었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쪽 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그때 알게 된 코디네이터였던 분, Athena Cho(대만)라는 분 덕분에 짧지만 시즌 2 참여도 하게 되긴 했었네요.

Ending Credit: [좌] Season 1 / [우]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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