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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트 Dec 16. 2021

엄마 보러 가는 길

거리보다 상황이 너무 멀다

오랫동안 엄마 얼굴을 보지 못하고, 서로 생사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매일같이 목소리로 만났지만 엄마를 그리는 맘은 채워지지 않았다. 비행기표를 일찌감치 예약하고는 겨울이어도 엄마와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지 이곳저곳을 뒤적이며 소소한 계획을 생각해두었고, 3년 6개월 만에 한국 방문에 들떠 실수가 생기지 않게끔 나름의 준비를 했다. 11월 중순이 돼서 자가격리 면제서는 영사민원 24를 통해 신청해서 받아두었고 PCR 테스트를 신청했으니 출발 전 72시간 안에 음성 결과지만 있으면 된다. 공항에 도착을 해서 굳이 누군가가 픽업을 오지 않아도 공항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출발일자가 12월 10일인 일정은 자가격리 면제서 효력 정지 안내 이메일을 받아야 했고, 그에 따른 지켜야 할 규칙들이 더 정신없게 만들었다. 최신 블로그 글을 매일 찾아보면서 공항에 내려서 입국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읽고 읽어도 사람마다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듯 쉽지 않게 느껴졌다. 자차 픽업이 가장 안전한 듯하여 동생이 픽업을 오기로 했고, 밴쿠버를 출발한 비행기는 약 12시간 남짓 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복잡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서둘러 짐을 찾아 나와 동생과 재회를 했다. 몇 년 만이지만 어제 밴쿠버에 있다 왔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친근해서 좋다. 다행히 도착한 날 바로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동생 집에서 10일간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다음날 바로 음성 확인 문자를 받으니 한시름 덜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대전으로 간 친구와 달리 서울은 갑자기 많은 확진자들로 폭주하는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 '자가격리 안전보호'앱엔 아직도 전담 공무원의 이름/직급이 표시되지 않고 문의를 해보지만 보건소에서 아직까지 명단이 넘어오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씀을 하신다. 공항과 보건소에서 받은 안내지에 온통 "법령에 따라..."라는 문구를 보면서 괜스레 뭔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자율적으로 격리 해제 전 PCR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나오면 무사히 지나간다 여기고 있다. 어서 20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자가격리 중이다. 그래도 오니까 너무 좋다.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으스러지게 안아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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