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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트 Feb 24. 2024

Supernoobs

@ DHX Media (현, WildBrain Studios)

1.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후 이번이 7번째 작품이네요. 4년 차면 이젠 꽤나 경력이 쌓인 편이고 처음 이 일을 할 때와 당연히 뭔가 달라졌을 것 같은데 이때의 느낌이나 기분이 어땠어요? 

   돌이켜 보면, 기분이랄 것도 없이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 즈음엔 운 좋게 다음 쇼를 이어서 하고, 또 하고 할 수 있어서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지난번 말씀드렸듯이 2014년 당시에는 애니메이션 업계가 한창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도 2D쇼만 했었는데, 이때부터 CG(3D) 쇼도 제작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릿해진 것도 많아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여러 쇼가 동시에 제작되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늘어나서 회사도 커지는 게 보이고, 저도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기니 시니어급의 실력(?)과 친한 동료들도 생기고 왠지 예전에 비해 안정된 느낌으로 '아~ 내가 이제 애니메이션 일을 하며 밥 먹고 살고 있구나' 하고 여기지는 시기라고 할까요? 어쩌면 한 스튜디오에 3년 정도를 근무하니 한국에서의 직장인 필이 났던 게 아닌가 싶어요.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점심시간이면 우르르 친한 아티스트들과 모여서 식사를 하러 가고, 미흡했지만 영어로 소통하면서 정보나 소식도 주워듣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장에서의 소셜을 할 수 있게 된 점이죠. 처음 했던 쇼에서의 저를 생각하면 그냥 일만 하고 집에 오는 단조로운 직장 생활이었다면, 그렇게 해서는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배운 뒤로는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소셜에 참여를 했죠. 어떨 땐 일 끝나고 이젠 친구가 된 몇 명과 줌바 댄스도 같이 다니고, 크리스마스 휴가 때는 초대받아서 파티도 가고 나름 캐네디언스러운 흉내를 내기도 했던 때 같네요.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2. 듣기만 해도 경력자 느낌이 나는데요. 그럼 이번 쇼는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Supernoobs'라는 판타지 코미디 TV 시리즈였어요. 12세 중학생들인 괴짜 절친 4명의 좌충우돌 이야기인데요. Tyler(타일러), Kevin(케빈), Shope(쇼프), Roach(로치), 이 주인공들이 뜻밖의 놀라운 힘을 부여하는 배틀 볼이라는 외계 무기를 선물로 받게 되지만,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를 감염시켜 맹렬한 괴물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켜서, 다른 행성을 감염시키려 하는 우주에서 온 바이러스와 싸우며 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노력해요. 또 이들과 동맹을 맺고 함께 바이러스와 싸우고 그 책임자들을 심판대에 세우는데 전념하는 은하계 조직의 두 외계인 캐릭터, Zenblock(Zen/젠)과 Memnock(Mem/맴), 바이러스 전사들까지 메인 캐릭터들이라고 보셔도 돼요. 팀에서 제가 어느 정도 시니어급 경력자라 주로 메인 캐릭터들이나 복잡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서 빌드했던 거 같아요. 작업을 할 때는 일정에 맞춰 빌드를 끝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애니메이터들처럼 모든 에피소드의 animatic(애니메틱: 스토리보드에 더빙, 음악을 넣어 미리 보기 해놓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작업하진 않아요. 가끔 꼭 필요할 때만 체크한다고 할 수 있죠. 아무튼 일반적으로 많은 TV 쇼들이 그렇듯 'Supernoobs'도 보통이었고, 간혹 엄청난 인기를 끄는 쇼들이 있지만 그건 일부인 것 같아요. 


3. 빌드 아티스트로 시니어급이 되면 베테랑인데, 일에 대해서 몇 퍼센트 정도 만족을 하셨을까요?

개구리 숫자만큼 각각 빌드하여 머리에 얹혀서 빌드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일로서는 100%요. 빌드 아티스트로 일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저는 그다지 다른 포지션에 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했어요.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이 있다 보니 적당히 만족하면서 일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졸업 후 마흔 한살이라는 숫자로 다른 이들보다는 한참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애니메이션 업계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보면, 보통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20대들의 시작점과 그 열정의 온도 차이가 아주 컸다고 할 수 있겠어요. 서른한 살 자취방에 누워 스스로 뜨겁게 달구어 내던 그때의 온도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인생 경험치로 적정선에서 만족하는 것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일하는 환경 자체가 자유롭고 스케줄에 지장이 없다면, 각자가 일을 하면서도 무엇을 보거나 하거나 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저는 일을 하면서 양심상(!) 작은 화면을 띄워두고 한국 예능을 일하는 내내 틀어뒀어요. 농담 삼아 TV를 보고 웃고는 있는데, 손은 알아서 캐릭터 빌드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 '캐나다'라는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빌더라는 포지션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소위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 정말 좋다고 느끼면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죠. 그래서 100% 만족했어요.


4. 그럼 예민한 질문이지만, 급여에 대해서도 100% 만족하셨나요?

DHX Media(현, WildBrain Studios) 밴쿠버 사옥 1층 홀

   후훗! 돈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우선, 오랫동안 한 스튜디오에서 일을 해오다 보니, 제가 했던 업무나 지식으로만 전달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니 참조해 주세요. 2D에서는 이때 제 포지션을 Builder, Build Artist, 또는 Rigger(CG에서는 Modeler와 Rigger로 나누지만, 2D 빌더는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어 따로 구분되지 않음)라는 타이틀로 채용을 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경력 대비 빌더가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포지션 중에는 가장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 같아요. 처음 2010년 초 '1001 Nights'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3개월 일했던 Big Bad Boo에선 $750/week ($18.75/hour)를 받고 시작했어요. 당시 밴쿠버가 있는 BC주를 기준으로 하면 2011년에 최저 임금이 $8.75/hour로 올랐어요. 최저에 비하면 2배 이상이니 좋은 직업군임엔 틀림없죠. 2024년 현재 기준 최저 임금은 BC주 $16.75/hour이니 13년 동안 약 2배 정도가 상승했네요. 그러면 빌더는 $1,500/week가 돼야 상승 수치 기준에 따르는 것 같지만, 대략 $1,000~$1,300/week 정도로 예상해요. 이는 회사별로, 어떤 프로그램을 툴로 사용하는가, 또 아티스트 경력마다 달라질 수 있는 수치지만 2D 빌더로 평균이 $1,200/week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공개되는 job posting에 급여를 표시하고 있는 곳이 많아서, 정보가 정확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각 포지션별로 캐나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급여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면 CG(3D)에서 Modeler를 기준으로 하면 주당 $100~$300는 2D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측해요. 저도 돈 얘기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주는 대로 알았다 하고 사인을 해서 그런지, 어쩌다 주위에 저보다 많이 받는 아티스트의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긴 해요. 그냥 내가 딜을 못해서 그런가 싶어 노력은 해보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속상한 맘을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으로 돈 받는 만큼 일하면 되지 하고 스스로를 토닥토닥하고 있죠. 막상 일하다 보면 때론 오버해서 할 때가 있지만, 80% 만족하며 20%를 다른 걸로 채우는 거죠. 일과 돈,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으니 그게 최고지 하고 여기게 되었죠.  


5. 'Supernoobs'의 평가가 보통이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시즌 하나만 하고 마무리했나요?

    아니요, 시즌 1을 끝내고 다른 쇼를 하나 더 한 뒤, 시즌 2에 다시 참여했어요. 시즌 1과 달리 미리 시즌 2개의 양을 작업하여 시즌 2, 3을 방영 계획을 했었는지,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지 않아요. 2023년 11월에 시즌 3가 돌아온다는 뉴스를 보긴 했는데... 아직 시즌 3 영상을 찾아볼 수가 없어 제가 했던 작업물인지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예를 들면, 미리 제작이 되어도 방영할 수 있는 채널을 찾고 하는 건 우리가 익히 들어본 한국의 드라마들 중 어떤 것들은 사전 제작을 기획하고 방송사를 찾아야 하는 과정이랑 비슷하리라 추측해요. 이 쇼도 방송된 채널이 시즌 1과 시즌 2가 서로 다르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7번째 쇼를 마무리하면서 심적인 여유와 경제적인 안정감을 느끼다 보니 캐나다에 이민 온 지 10년이 되어가는 이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네요. 아주 잘 견디면서 이겨내고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힘을 실었던 그때가요.

(좌) 시즌 1, (우)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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