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미안해요
그 녀석이 싼 똥을 알아 차린 시간은 한참 후였다. 영어 수업을 끝내고 별로 울리지도 않는 카톡을 열었다. 하나 있는 오픈 챗방을 클릭한 것은 그냥 읽지 않은 메시지 숫자를 지우기 위한 수단인데... 챗방이 심상찮다.
머라고? 그 녀석이 똥을 쌌다고? 그것도 우리 집에...
엄마도, 동생도, 제부도, 조카들도, 내 친구들도, 친구의 친구들도 사는 우리 집에 말이다.
가슴이 깝깝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유튜브로 달려갔다. 평상시 보는 영상이 있던 터라 알고리즘은 그 똥의 근원지를 내게 쉽게 알려주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 집에 싼 똥을 제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제거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기다리고 있자니 미치겠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머리를 굴려봐도 당장 우리 집에 달려갈 수 없는 내 처지가 불쌍하기까지 하다고 느껴졌다. 현실적으로 내게 당장은 힘겹다는 사실을 알지만 항공사 사이트를 뒤적였다. 역시 비싸다.
내가 더 불쌍해졌다. 우리 집에 싼 똥을 치우는데 내 손을 보태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하다.
똥 싸고 토낀 그 녀석이 티브이에 낯짝을 내민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머? 머라고? 너무 급해서 우리 집에 똥을 쌌단다. 그 입에다 니 똥을 쳐 넣고 싶어 진다. 흥분하지 말자.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그러더니 쓰레기 통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고는 아직 소식이 없다. 왜? 아니 왜? 네가 말한 급하다는 이유가 전혀 납득이 되질 않아. 급했다 치자. 그럼 니 바지에 싸야지. 왜? 우리 집에 싸냐고. ㅅㅂ
그 녀석의 말만 찐친이라 주장하는 녀석들이 똥은 더러운데 지들 손에 묻히고 싶지는 않단다. 뭔 개소리야? 지들 친구가 똥을 싼 줄 미리 알지 못해 놀란 눈치지만 지들도 살고 있고, 지들 부모도, 자식들도 살고 있는 우리 집에 그 똥을 제거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코딱지 만한 창고에 들어앉아 지들 몸에 똥물이라도 튈까 봐 전전긍긍이다. 꼬락서니 하고는. 일단 똥은 치워야지. 니들 친구라며? 그럼 똥은 같이 치워야지. 안 치우겠다고 계속 버티면 너네는 우리 집에 함께 살 이유가 없다. 부끄럽지 않으냐? 니 친구 똥이 더럽다며? 그래서 장갑 줬잖아. 더러운 똥 치우게 줬잖아. 저 똥 너네가 싼 똥이나 마찬가지야. 제발 우리 집의 저 똥은 같이 치우자고!!!
"함께 하지 못함이 죄송스럽니다. 이렇게라도 하면 우리 집에 싼 똥이 치워질까 싶어 답답한 마음 이기적으로 풀어봅니다. 우리 집에 저 똥이 사라질 때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자랑스럽니다. 여러분들이."
"항상 빚진 마음입니다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 서라도 열심히 살아내는 그것이, 엄마에게, 가족들에게, 대한민국에게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결코 함부로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 상단이미지: 구글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