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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May 24. 2021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뜰 수 있다

이설아 - 그냥 있자 (Piano Version)

우리 그냥 같이 있자. 검은 해변을 타고 유영하자.
간밤에 일렁이던 파도와 춤을 추면서 어리석음을 한껏 뽐내어보자.


에누리라고는 전혀 없이 무정한 시간과 이에 수반되는 뜬금없어서 폭력적인 사건들은 앵앵거리는 말벌이고, 그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한 나는 그저 돌처럼 굳어버리곤 한다. 참을 수 없이 화딱지가 나는 것은, 빌어먹을 시간과 사건이 꽁지를 활처럼 구부리고 숨겨 두었던 독침을 우악스레 드러내는 모든 과정을 슬로우모션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는 머저리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사고와 부상과 질병, 일방적인 이별통보, 감당하기 힘든 죽음,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평판과 루머와 거짓말의 축적. 우뚝 멈춰 버리는 이유는 아마 내가 가만히 있으면 시간도 따라 멈출 것 같은 기대이거나, 혹은 어떻게든 변하고야만 신체적·심적 스탠스를 보여주기 싫은 일말의 자존심이 아닐까. 양쪽 다 각각 멍청한, 괜히 고집스러운 판단이라 너절한 무의식에 자괴감이 들려하는 참. 딱 한번, 4차원의 조류를 역행하려 했던 때를 떠올려봤다. 악착같이 발버둥과 몸부림을 쳐댔지만, 돌아오는 건 더 이상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게 된 사지뿐. 아무것도 달라지거나 하지 못했다. 뻘짓에 지친 몸과 마음, 긴장을 다 풀고 그저 흐르는 대로 둥둥 실려다니다가 문득 깨면 언제나 반드시 활로들이 있었다. 비록 최선의 노력을 요구를 하는 길들이지만. 그래서 깨달았다. 학습의 결과라는 걸.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죽겠다고 살겠다고 엄한 난리 치지 말고, 되돌려보겠다고 괜스레 힘 빼지 말고, 흐르는 대로 두면 된다. 혼자 떠다니면 조금은 무섭기도 할 테니, 잡을 손 하나 옆에 있기만 하다면 무시무시한 시간도 사건도 한순간에 등에로 둔갑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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