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영 May 28. 2021

절대로,

Chet Baker - I.G.A.W.Y.V.W.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Of course, I do.


그럼요, 물론이죠. 정말이지 너무 잘 지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아침에 눈 뜨는 일이 행복하다니까요. 그래 본 적 있어요? 매일매일이 소풍 같은 거요. 몸도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요, 활력이 넘쳐요.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고 인간관계도 무난무난해요. 기분이 계속 좋으니까 항상 웃는 낯이어서 그럴까요? 화낼 일 있어도 기분이 안 나빠진다니까요 요새는 진짜. 진짜 웃으면 복이 오나 봐요. 이렇게 오랜만에 선배랑도 연락 닿아서 커피 마시잖아요. 하하, 입에 발린 말 아니거든요. 선배는 잘 지내요? 노래 계속하고요? 아, 저는 노래 안 해요 이제. 아뇨, 만들지도 않고 듣지도 않아요. 글쎄요, 끌리지가 않더라고요. 영화요? 영화도 잘 못 봐요 요새는. 시간도 없고, 재밌는 것도 없어 보여서요. 네, 음악이랑 영화 그거 두 개 제일 좋아하긴 했었죠. 그럼 뭐하냐고요? 음, 요새 그냥 땀 흘리는 거 아무거나? 러닝도 하고 헬스랑 탁구, 축구, 농구 등등? 그쵸, 완전 스포츠맨이에요. 에이, 예전이 감수성이 너무 필요 이상이었던 거죠. 맞죠, 좀 변한 것 같죠? 말도 이렇게 잘 해졌잖아요. 좀 잘생겨진 것 같지 않아요 예전보다? 머리를 잘라서 그런가. 원래 완전 찰랑찰랑 장발이었잖아요. 짧게 자르니까 인물도 사는 것 같고 씻기도 편하고. 진작 자를걸 그랬어요. 네? 현정이요? 에이, 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데요. 오래 만났긴 했는데 또 그만큼 시간도 지났으니까요. 얼굴도 잘 기억 안 나요. 아니, 거짓말 아니에요. 요새 진짜 행복하다니까요. 소식 잘 모르죠. 네? 아... 그래요? 잘 됐네요. 아, 네. 괜찮아요. 아니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요. 좋은 일인데 축하해야죠. 아니 선배가 왜 미안해요. 아이, 저 진짜 괜찮아요. 아, 이거 폰 케이스에 HJ요? 아, 현정이 맞아요. 바꾸는 걸 깜빡해가지고요. 네? 폰배경이요? 아, 이거... 네, 현정이 맞긴 한데... 이것도 바꾸는 거 깜빡했네요, 하하. 네? 아니에요. 현정이 예전에도 단발한 적 있는데... 아뇨, 최근 사진 아니에요. 선배 근데 뭐 하자는 거예요. 괜찮다니까요, 씨발 진짜.

매거진의 이전글 달님, 이것 단 하나만 이루어줄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