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엄마가 되어보니 이제야 보이는 세상 1.
' 내 아이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감사합니다. '
' 어머니, 통화 가능하세요? 담임이에요. ' 이 멘트는 내가 자주 쓰는 말이었다. 오늘은 내가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 선생님께 전해 듣는 말이었다. 오늘 나는 이 멘트를 내 인생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그리고 가슴이 쿵 가라앉으며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동시에 내가 부끄럽게 여기던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걸 목격했다. ' 우리 아이가요? 저희 아이가 친구 얼굴을 깨물었다고요? 저희 아이가 물었다는 말씀이시죠? '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말투. 지금껏 내가 보아온 학부모님의 반응이었는데 학부모가 되니 내가 그 반응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본능적으로 변명할 여지를 찾는 내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생각해내도 우리 아이가 벌인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일단 나는 아이의 일을 사실 그 자체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아이가 친구의 얼굴을 깨물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한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말 죄송하다고 친구의 얼굴은 괜찮은지 물어보아야 한다. 앞으로는 잘 지도해 보겠다고 선생님께 약속을 드리며 전화를 마친다. 짧은 통화였지만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나는 전화통화였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나는 죄인이 된 기분에 휩싸였다. 부모가 되면 아이 때문에 죄인이 된다더니 이럴 때 하는 말이었구나. 내가 잘 못 가르쳐서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았다. 내가 부족해서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한 것 같았다. 마음이 너무 괴롭지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 일을 상담하고 싶지 않았다. 내 아이가 친구 얼굴을 깨물었다는 사실을 퍼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로라면 아이를 만나자마자 '너 친구에게 왜 그랬어! 엄마가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지!'라고 말을 쏟아부을 것 같았다.
아이를 하원하기 전에 일부러 밖을 걸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걷어내고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고민하려 애썼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학부모님들께 교사로서 어떤 말을 건넸었나 떠올려보았다. '어머님, 아이들이 배워가는 과정이에요. 그럴 때도 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 이 말을 나에게도 건네본다. ' 아이가 배워가는 과정이에요. 친구를 깨물었다고 아이가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아직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 충분히 내 아이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이 마음을 수용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아이는 안 그럴 거야. 내 아이는 무조건 잘할 거야.' 이 마음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나를 만나자마자 자기가 친구를 깨물었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줬다. 나는 아이에게 알겠다고 대답하며 꼬옥 안아줬다. 마침 하원시간에 만날 수 있게 되어 피해자 부모님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줬다. 이번 일은 이렇게 감사하게 끝을 맺을 수 있었지만, 머릿속은 앞으로 어떻게 훈육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들로 복잡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끊임없는 문제와 고민을 만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고민의 시작점은 '우리 아이도 그럴 수 있지.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내 경험을 통해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