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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Dec 31. 2020

30대를 보내는 나에게. "고생했어."

Ps. 수고한 너에게.




올해 2020년이 단 하루 남은 이 시점. 나이 한 살 더 먹는구나, 라는 생각에 괜스레 조금은 울컥해지네요. 

이것저것 다 해야지! 했던 새해 계획들은 예기치 않게 들이닥쳤던 팬데믹 현상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렸고요. 코로나 때문에 어영부영 정신없이 보냈던 한 해, 여러분들은 다들 2020년 마지막 아침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가요?  



내년이면 저는 이제 30대 중반이 됩니다. 별 감흥도 없고 그런가 보다 싶다가도 왠지 설레기도 해요. 제 또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잘 나가는 직급의 타이틀을 달고 이미 회사의 안방마님이 되어있기도 하고요. 또 다른 친구들은 경력을 쌓아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한다든지, 어엿한 한 가게의 사장님 소리, ㅇㅇ맘, ㅇㅇ유부 모임 등등 각자 그 나이에 그럴듯한 자리 하나 정도는 꿰차고 있더라고요. 그에 반해 저는 번듯하게 이루어 놓은 것, 멋진 직급 하나 그도 아니면 훌륭한 재정상태.. 그 어느 것도 남들이 보기에 ‘그 나이 때에 이루었을만한 타이틀’ 하나 없어요. 그저 저의 현재 직업 '영어강사'라는 명함 하나 있을 뿐이죠.







하지만 저는 30대 중반 현재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말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10대나 20대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묻는데 단연코 저는 항상 ‘아니오. 절대요.‘라고 대답해요. 저는 더 이상 10대 때처럼 철없고 욕심 많고 막무가내이지 않기도 하고요. 20대 때처럼 항상 불안하고 돈만 좇으며 미친 듯이 일하지도 않거든요. 그리고 연애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어리숙한 행동은 진작에 졸업했고요. 저의 30대는 가장 여유로우며 관대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상태예요. 또 용감하고 지혜로워졌으며 모든 관계의 레벨에서 만렙 상태이거든요.(하하) 


10대 때부터 20대에 걸쳐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경험들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반사회성 인격장애 같은 상사나 동료들에 휘둘려서 뼈와 영혼을 갈아 넣어 강제적으로 일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거든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나를 갉아먹고 정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놓을 줄 아는 용기를 가지게 됐어요. 직장이 그곳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요새 평생직장이 어디 있어?라는 말을 매일 실감하는 중이에요. 


또 항상 '나의 베스트 프렌드! 우리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 싶었던 오래된 친구들도 나에게 독이 되는 순간 끊어낼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함께한 세월과 정 때문에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요. 원래 성향이 그랬었는지 아니면 팍팍한 사회가 그들을 바뀌게 한 건지. 어느 순간 내 옆에서 에너지 뱀파이어가 되어 나의 에너지를 쪽쪽 빨아먹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나의 가능성에 한계를 지어버리는 사람들과 함께 하자니... 나 자신을 잃어버리겠다 싶어 친구관계를 그만두기로 한 적도 많아요. 그리고 그게 20대 때 보다 이젠 더 수월해졌고요. 누구와 함께 하든 오롯이 내 정신과 자존감이 언제나 편해야 할 권리를 알게 된 거죠


20대 때에는 그렇게 울며불며 쫓아다니면서 매달렸던 돈과 연애에 대해서도 이젠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되는 여유로움을 얻었어요. 물론 아예 집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그 집착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비유하자면, 이전에는 그저 온갖 반짝이고 예쁜 잡동사니나 액세서리를 매일 한 무더기 가져오지만, 정작 그것들을 담아 둘 작은 상자조차 없던 때였죠. 그러면서 혹여 잃어버리거나 버려야 할 때면 왜 가질 수 없냐고 떼쓰는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네요. 돈이나 이성이나 쫓아다녀봐야 당연히 소용없었죠. 내가 받아들이고 이해할 그릇이 되질 않았는데 손에 잡힐 리 가요. 갖은 일을 해 가며 돈의 소중함을 깨닫기 까지, 여러 연애를 해 보며 진실한 관계를 만들기 까지,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수많은 넘어짐과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나 스스로 나아가 진정한 의미를 알아챘을 때. 그제야 홀로 성장하며 일궈낸 나의 멋진 그릇이 만들어진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30대를 보내며 수많은 좌절과 경험을 겪어온 나에게 고생했다, 잘했다 라며 속으로 토닥여줬어요. 앞으로의 남은 30대도 더 아름다울 거라고 응원하고 있고요. 분명 그럴 테니까요! 더 이상 작은 것 하나하나에 불안해하거나 일희 일비 한다던지, 불만족스러운 인간관계에 나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요. 



@proflowers



소중한 나 자신, 응원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도 본인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새해를 맞이하기 전 올 한 해 고생한 나에게, 수고한 나에게 '여기까지 잘 왔다. 고생했어.'라고 한 마디 해주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존재이니까요.



 여러분의 2021년도 빛나기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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