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거울 Jul 22. 2021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못했다>에서 발견하는 희망

     

리메이크란 원작의 줄거리와 주인공을 차용하되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영화도 리메이크 한 작품들이 꽤 있지요영화 안나와 알렉스두 자매이야기는 전래동화 장화홍련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는 무려 7개국에서 리메이크했다고 합니다오늘 당신의 삶을 리메이크 할 기회가 온다면 주인공인 당신은 지금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림책 <브레멘 음악대>의 스토리를 기억하시나요평생 주인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나이가 들어 버림받을 위기에 놓인 당나귀가 비슷한 처지의 개고양이수탉을 만나브레멘 음악대가 되려고 길을 떠납니다모두 지쳐 쉴 곳을 찾다가 도둑들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는 집을 발견합니다기발한 협동작전을 펼쳐 도둑들을 쫒아내고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스토리입니다

     

     

왜 살아야 하는 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

     

의미치료 요법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가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위기속에서 살아나올수 있었던 이유를 니체의 말로 답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 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나치들의 횡포속에서 그들이 겪었던 참상을 역사에 남겨야 할 사명을 품었기에 죽음의 계곡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말이지요그림책 <브레멘음악대>의 주인공들이 비록 사회로부터 저항할 힘도 없이 버림받은 존재였지만 음악대라는 자기정체성과 희망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었고 무시무시한 도둑들도 쫒아내는 환상의 팀이 되게 해 주었습니다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에 의해 주눅들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고 희망을 품고 일어서라는 교훈을 담아봅니다

     

     

이 <브레멘 음악대>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 2020년에 나왔습니다바로 <긴긴밤>으로 문학 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루리작가의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입니다이 작품은 그녀의 첫 그림책으로 제 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입니다루리작가는 이 책에서 주인공들을 열심히 일 했지만 갑에 의해 억압받고 내쳐지는 사회적 약자들로 의인화 했습니다원작과의 다른 점은 동물들이 도둑들을 쫒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과 소외를 품어주며 함께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는 것입니다그들의 일상의 한 장면이 멋찌개’ 마지막 속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가 내 손목은 부러뜨렸지만 내 인생은 부러뜨리지 못했어요. |

     

당나귀 씨는 이제 운전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무슨 말인지 이해하시죠?”

모범운전수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저 거리를 헤매야 했던 누군가의 씁쓸함이 느껴집니다언젠가는 하던 일을 내려놓아야 하는 인생의 밤이 누구에게나 오겠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강제로 주어진다면 얼마나 두려울까요

죽음의 수용소’ 책에 등장하는 제리 롱씨는 17세에 다이빙을 하다 목 아래가 마비되어 평생 입에 막대기를 물고 타이프를 쳐야하는 신세가 됩니다그는 나는 내 목을 부러뜨렸지만내 목이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습니다.” 선포를 하며 시련을 극복했습니다이 말이 바로 당나귀씨의 선언으로 들립니다과연 사장이 운전기사인 당나귀씨의 손목을 부러뜨리는 것같은 해고를 선포했지만 그것이 당나귀씨의 인생은 부러뜨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제일 처음 등장하는 당나귀씨는 그런 아픔을 경험했기에 당나귀씨는 고양이수탉에게 드리워진 좌절도도둑들의 방황마저도 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석해봅니다어디로 가야할지 모른채 걷다 마주친 도둑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은 도독들초차도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공감하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행복은 얻어지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

     

프랭클의 행복에 대한 정의가 생각납니다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뜻이지요그림책의 등장인물들은 브레멘에 가지 못한 것일까요안 간 것일까요살다보면 우리가 꿈꾸었던 미래를 접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아니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는지 조차 잊어버릴 만큼 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그들은 행복을 찾아 브레멘에 가기보다지금 있는 자리에서 마지막 남은 자기들의 양식을 꺼내 찌개를 먹으며 마음과 삶을 나눕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장애를 가졌다고나이가 많다고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사회에서 밀려나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해 우리를 향해 던지는 고발서입니다우리 중 누구도 이런 불공평한 사회에 대해 책임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루리작가는 이런 사회적 이슈에 무감각한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마지막 페이지의 그들의 생동감있는 일상의 한 컷은 시대와 상황을 원망하고 좌절 할 수도 있는 그들의 삶에서 행복을 엿보게 해줍니다

     

사람 인() 사람이 서로 기대어 사는 모습을 나타냅니다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암담한 현실에서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요눈물을 거두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질 것입니다비록 그들이 꿈꾸던 브레멘은 아니지만 지금 머물러 있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브레멘을 멋찌개” 만들어가기를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